단편소설 <거미를 살려줘> 허련순 단편소설 거미를 살려줘 허련순 운명이란 순응하는 자는 태워가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 간다 – 세네카 1. 남자는 이쪽건물에서 저쪽건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된 회색건물의 창문마다 쇠철창이 단단하게 고정되어있어 짜장 감옥을 연상시킨다. 바람이 뿌연 먼지를 감아올.. 문제작품(단편소설) 초대 2012.07.30
섣달 섣달 황송문 소복의 달 아래 다듬이질 소리 한창이다. 고부(姑婦)의 방망이 딱뚝 똑딱 학 울음도 한밤에 천리를 난다. 참기름 불은 죽창(竹窓) 가에 졸고 오동꽃 그늘엔 봉황이 난다. 다듬잇돌 명주 올에 線을 그리며 설움을 두들기는 오롯한 그림자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 울음 은대야 하.. 황송문 대표시 2011.02.01
기원에서 棋院에서 Ⅱ 황송문 바둑이란 무엇입니까? 人生이다. 人生이란 무엇입니까? 定石이다. 定石이란 무엇입니까? 正道다. 正道란 무엇입니까? 我生然後殺他니라. 逐으로 몰릴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斷念하라. 생각을 어찌 끊습니까? 살려거든 斷念하라. 다음 數는 무엇입니까? 빈 곳을 開拓하라. 더 둘 곳.. 황송문 대표시 2011.01.25
숲 숲 황송문 숲은 原始의 도시 곡선의 시야로 헤엄쳐 가는 湖深 흔드는 지느러미 태고의 숨결이 天情을 갈구하는 빛깔 고운 女人의 머리카락. 세상 일, 어두운 뒷골목을 돌아 태양을 흘기는 눈매 창녀의 종아리처럼 할 일 없이 비계 덩이만 키우거나 말거나…… 숲은 原始의 도시 幾億 年輪.. 황송문 대표시 2011.01.20
5월 서정 五月 抒情 황송문 5월 보리밭은 여고생들의 매스게임 곡선의 인파를 생각게 한다. 싱그러운 바람의 눈짓에 이끌리는 물결, 살찐 종아리와종아리와종아리와 휘어지는 허리와허리와허리와 풋풋한 이랑을 타고 오는 초여름의 황금 마차. 이제 마악 사춘(思春)의 물이랑을 건너온 바람에 구.. 황송문 대표시 2011.01.18
시어의 죽음 詩語의 죽음 황송문 나는 나를 제사지낸다. 詩語가 죽던 날 밤부터 나는 나를 제사지낸다. 죽은 내 시를 제사지내는 내 말의 무덤 앞에서 나는 잔을 기울인다. 살아나지 못한 내 말의 무덤 아무도 살려낼 수 없는 말의 무덤 앞에 나의 죽음을 제사지낸다. 말이 소용없는 말의 죽음 구겨진 원고지가 바람.. 황송문 대표시 2011.01.13
앙금 앙금 황송문 떠날 때는 말이 없어도 가슴엔 물굽이 굽이굽이 쏴아 하니 빠져나가는 울둘목의 썰물 소리…… 그렇게 보내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앙금이 쌓여 비단 같은 무늬를 이루다가…… 노을이 환장하게 타오를 때면 그 앙금이 그리움이 되어 밀물로 밀물로 밀려와서는 뚫린 상처를 재우다가.. 황송문 대표시 2011.01.04
연가 연가戀歌 황송문 세상이 추워질수록 생각나는 당신, 가슴 속 열두 대문을 지나 안채 깊은 방 구둘 목에 불을 지펴 드리겠습니다. 불은 당신의 말씀, 입술의 기운으로 은근히 덥혀지는 따뜻한 나라 온돌방 아랫목 비단 금침 깊이깊이 密語 한 꾸리 감아 두겠습니다. 베개는 꽃씨로 채워서 밤마다 꿈자리.. 황송문 대표시 2010.12.30
향수 향수鄕愁 황 송 문 고추잠자리가 몰려오네. 하늘에 빨간 수 놓으며 한데 어울려 날아오네. 어느 고향에서 보내오기에 저리도 빨갛게 상기되어 오는가. 저렇게 찾아왔던 그 해는, 참으로 건강한 여름이었지. 그대 꽃불 같은 우리들의 강냉이 밭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지. 잔모래로 이를 닦으시던 할.. 황송문 대표시 2010.12.28
그리움 1, 2 그리움 1 황송문 그리움은 해묵은 동동주, 속눈썹 가늘게 뜬 노을이다. 세월이 가면 괴는 술, 꽃답게 썩어 가는 눈물어림이다. 눈물을 틀어막는 쐐기의 아픔이다. 뜬구름 같은 가슴에 삭아 괴는 恨, 떠도는 동동주다. 그리움 2 고향이 그리운 날 밤엔 호롱에 불이라도 켜 보자. 말 못하는 호롱인들 그리.. 황송문 대표시 201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