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낭송 3

가을 등산

가을 등산 황송문 단풍은 투피스, 때가 되면 가식(假飾)을 벗어 던진다. 절반은 벗은 채 절반은 걸친 채 얼근한 하늘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안주 삼아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인생길이 가파르면 쉬엄쉬엄 쉬어서 가고 일락서산(日落西山) 해 떨어지면 병풍 같은 산허리에 천막을 치고, 삼겹살이라도 볶아 놓고 둘러앉아서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세상살이가 어지러우면 청류(淸流)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구름처럼 초연히 털고 일어나 반나(半裸)의 수림(樹林) 사이사이로 바람같이 속 편하게 鄭座首랑 불러 놓고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삼상(三上)의 시 가운데, 천박한 게 측상(廁上)의 배설 시라면, 시의 체면을 유지하게 하는 게 우상(牛上)의 관조(觀照) 시요, 침상(枕上)의 사색(思索) 시라 하겠..

황송문 시낭송 2021.02.22

보리를 밟으면서

보리를 밟으면서 황송문 보리를 밟으면서 언 뿌리를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비에게 대들 때처럼, 시린 가슴으로 아픔을 밟는 아픔으로 해동을 생각한다. 얼마나 교육을 시켜 주었느냐고, 얼마나 유산을 남겨 주었느냐고, 시퍼런 눈들이 대드는 것은 나의 무능임을 나는 안다. 뿌리를 위하여 씨알이 썩는 것처럼, 사랑할수록 무능해지는 것을 나는 안다. 내 아이들이 대어들 듯, 어릴 적 내가 대어 들면 말을 못 하시고 눈을 감으시던 아버지처럼, 나 또한 눈을 감은 채 보리를 밟는다. 잠든 어린 것 곁에 이불을 덮어 주며 눈을 감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온종일 보리를 밟는다. ●나의 어린 시절은 모두가 가난했습니다. 특히 시골엔 돈이 귀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절반 이상 집으로 쫓겨갔습니다..

황송문 시낭송 2021.02.15

망향가

망향가望鄕歌 황송문 어매여, 시골 울 엄매여! 어매 솜씨에 장맛이 달아 시래기국 잘도 끓여 주던 어매여! 어매 청춘 품앗이로 보낸 들녘 가르마 트인 논두렁길을 내 늘그막엔 밟아 볼라요! 冬至ㅅ날 팥죽을 먹다가 문득, 걸리던 어매여! 새알심이 걸려 넘기지를 못하고 그리버 그리버, 울 엄매 그리버서 빌딩 달 하염없이 바라보며 속을음 꺼익 꺼익 울었지러! 앵두나무 우물가로 시집오던 울 엄매! 새벽마다 맑은 물 길어와서는 정화수 축수 축수 치성을 드리더니 동백기름에 윤기 자르르한 머리카락은 뜬구름 세월에 파뿌리 되었지러! 아들이 유학을 간다고 송편을 쪄 가지고 달려오던 어매여! 九萬里長天에 월매나 시장허꼬? 비행기 속에서 먹어라, 잉! 점드락 갈라먼 월매나 시장허꼬 아이구 내 새끼, 내 새끼야! 돌아서며 눈물을..

황송문 시낭송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