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등산 황송문 단풍은 투피스, 때가 되면 가식(假飾)을 벗어 던진다. 절반은 벗은 채 절반은 걸친 채 얼근한 하늘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안주 삼아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인생길이 가파르면 쉬엄쉬엄 쉬어서 가고 일락서산(日落西山) 해 떨어지면 병풍 같은 산허리에 천막을 치고, 삼겹살이라도 볶아 놓고 둘러앉아서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세상살이가 어지러우면 청류(淸流)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구름처럼 초연히 털고 일어나 반나(半裸)의 수림(樹林) 사이사이로 바람같이 속 편하게 鄭座首랑 불러 놓고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삼상(三上)의 시 가운데, 천박한 게 측상(廁上)의 배설 시라면, 시의 체면을 유지하게 하는 게 우상(牛上)의 관조(觀照) 시요, 침상(枕上)의 사색(思索) 시라 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