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낭송

가을 등산

SM사계 2021. 2. 22. 13:58

 

 

가을 등산

 

                                            황송문

 

단풍은 투피스,

때가 되면 가식(假飾)을 벗어 던진다.

 

절반은 벗은 채

절반은 걸친 채

얼근한 하늘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안주 삼아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인생길이 가파르면

쉬엄쉬엄 쉬어서 가고

일락서산(日落西山) 해 떨어지면

병풍 같은 산허리에 천막을 치고,

삼겹살이라도 볶아 놓고 둘러앉아서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세상살이가 어지러우면

청류(淸流)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구름처럼 초연히 털고 일어나

반나(半裸)의 수림(樹林) 사이사이로

바람같이 속 편하게 鄭座首랑 불러 놓고

우리 한잔하는 게 어때.

 

●삼상(三上)의 시 가운데, 천박한 게 측상(廁上)의 배설 시라면, 시의 체면을

유지하게 하는 게 우상(牛上)의 관조(觀照) 시요, 침상(枕上)의 사색(思索) 시라

하겠습니다. 이 시를 통해서 멋스럽게 관조하고 사색하기 바랍니다. 정좌수(鄭

座首)란 송강 정철을 말합니다. 그의 시조(재 넘어 성 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

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타고, 아희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가 생각나서 여기에 취사선택했습니다. 풍류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황송문 시낭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를 밟으면서  (2) 2021.02.15
망향가  (0)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