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섣달 황송문 소복의 달 아래 다듬이질 소리 한창이다. 姑婦의 방망이 딱뚝 똑딱 학 울음도 한밤에 千里를 난다. 참기름 불은 竹窓 가에 졸고 오동꽃 그늘엔 봉황이 난다. 다듬잇돌 명주 올에 線을 그리며 설움을 두들기는 오롯한 그림자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 울음 은대야 하늘에 産月이 떴다. 황송문 대표시 2010.08.10
샘도랑집 바우 샘도랑집 바우 황송문 가까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탐욕의 불을 켜고 바라본 일도 없습니다.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옷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저 달님도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는 밤 물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죄가 있다면 그 소리 훔쳐 들은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소리는 꽃.. 황송문 대표시 2010.08.05
선풍 선풍(禪風) 황송문 노을이 물드는 山寺에서 스님과 나는 法談을 한다. 꽃잎을 걸러 마신 僧房에서 法酒는 나를 꽃피운다. 스님의 모시옷은 구름으로 떠있고 나의 넥타이는 煩惱로 꼬여있다. “자녀를 몇이나 두셨습니까?” “舍利는 몇이나 두셨습니까?” “더운데 넥타이를 푸시지요.” “더워도 풀.. 황송문 대표시 2010.08.04
포장마차에서/황송문 포장마차에서 황송문 그녀는 시를 쓰고 나는 잡문을 끄적였다. 잔잔한 눈으로 말하는 그녀의 시는 꿈이었다. 그녀가 호수 같은 눈으로 꿈꾸듯 속삭일 때 나는 허튼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옥합(玉盒) 속 깊은 수심(水深)을 알지 못한 나는 참새처럼 짹짹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 입을 막을 때 내 .. 황송문 대표시 2010.08.04
조선소/황송문 조선소 - 황송문 흰 소금을 몰고 오는 원시의 땀 속으로 목수의 수건이 빨려드는 바다. 수건에 걸린 하늘로 완성의 못질이 떨어지면 맨발로 뛰는 심장이 어둠을 털고 일어나 바다와 관계할 것이다. 무덤은 사라질 것이다. 부서지기만 하는 뼈도 매마른 어둠으로 가득 찬 항구를 뚫고 달리는 오, 바다 지.. 황송문 대표시 2010.08.03
연가/황송문 연가 - 황송문 세상이 추워질수록 생각나는 당신. 가슴 속 열두 대문을 지나 안채 깊은 방구들목에 불을 지펴드리겠습니다. 불은 당신의 말씀, 입술의 기운으로 은근히 덮혀지는 따뜻한 나라 온돌방 아랫목 비단 금침 깊이깊이 밀어 한 꾸리 감아두겠습니다. 베개는 꽃씨로 채워서 밤마다 꿈자리는 꽃.. 황송문 대표시 2010.07.29
간장/황송문 간장 - 황송문 우리 조용히 썩기로 해요 우리 기꺼이 죽기로 해요. 토속의 항아리 가득히 고여 삭아 내린 뒤에 맛으로 살아나는 삶, 우리 익어서 살기로 해요. 안으로 달여지는 삶, 뿌리 깊은 맛으로 은근한 사랑을 맛들게 해요. 정겹게 익어가자면 꽃답게 썩어가자면 속맛이 울어날 때까지는 속삭는 아.. 황송문 대표시 2010.07.28
능선/황송문 능선稜線 황송문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나그네의 은밀한 탄력의 주막거리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도 살아나는 세포마다 등불이 켜지는 건널목이다, 날개옷이다 음지에서 물든 단풍같이 부끄럼을 타면서도 산뜻하게 웃을 적마다 볼이 파이는 베일 저쪽 신비로운 보조개…… 주기적으로 수시로 .. 황송문 대표시 2010.07.25
토란잎 물방울/황송문 토란잎 물방울 황송문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토란잎 물방울이 떠오를 때가 있다. 수은처럼 투명하면서도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토란잎의 물방울은 신비를 머금은 하나의 성스러운 소우주였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없다고들 말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사람 없고 때묻지 않은 사람 .. 카테고리 없음 2010.07.22
내 가슴속에는 5/황송문 내 가슴속에는 - 황송문 내 가슴속에는 첫사랑이 있다네. 간이역이 서있는 초등학교 통나무교실의 불꽃이 있다네. 불을 머금은 장작난로 인절미 구워먹던 소녀가 있다네. 내 가슴속에는 첫사랑이 있다네. 세상이 추울 땐 그리워지는 소녀. 기쁨에 넘치는 불 그림자 부끄럼 타던 능금 볼이 타고 있다네... 황송문 대표시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