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대표시

샘도랑집 바우

SM사계 2010. 8. 5. 09:59

 

 

        

        샘도랑집 바우

 

 

 

            황송문 

 

가까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탐욕의 불을 켜고

바라본 일도 없습니다.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옷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저

달님도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는 밤

물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죄가 있다면

그 소리 훔쳐 들은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소리는 꽃잎이 되고 향기가

되었습니다.

 

껍질 벗는

수밀도의 향기……

밤하늘엔 女人의 비눗물이 흘러갑니다.

 

아씨가 仙女로 목욕하는 밤이면

수채도랑은 온통 별밭이 되어

가슴은 은하로 출렁이었습니다.

 

손목 한 번 잡은 일도 없습니다.

얘기 한 번 나눈 적도 없습니다.

 

다만 아슴푸레한 어둠 저 편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정신을 빼앗겼던 탓이올시다.

 

始原의 乳頭같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머리카락으로 목덜미로 유방으로 허리로

그리고 또……

곡선의 시야 굼틀굼틀

어루만져 보고 껴안아 보던

그 달콤한 상상의 甘酒,

죄가 있다면 이것이 죄올시다.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옷 하나 감추지도 못한 주제에

죄가 있다면

물소리에 끌려간 죄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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