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에서
황송문
그녀는 시를 쓰고 나는 잡문을 끄적였다.
잔잔한 눈으로 말하는
그녀의 시는 꿈이었다.
그녀가 호수 같은 눈으로
꿈꾸듯 속삭일 때
나는 허튼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옥합(玉盒) 속 깊은
수심(水深)을 알지 못한 나는
참새처럼 짹짹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 입을 막을 때
내 의식하기 싫은 의식의 세포들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군참새를 씹으면서
짹짹거릴 때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내 입에 들어가는 생활의 모래주머니
내 입에서 나오는 허튼소리를
변명하지 말았어야 했다.
교감(交感)의 불은 꺼지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멍든 가슴
씽씽 아파 우는 찬바람 야멸차도
차라리 변명하지 말았어야 했다.
생활의 거름자리 후비던 발톱을
차라리 변명하지 말았어야 했다.
짹짹거리면 시가 되지 않는 공복에
술을 마시다가
검정 넥타이를 쓰다듬는다.
내 목을 감아 맨
내 상장(喪章)을 펴들고
내 제사(祭祀)를 지내는
내 영혼을 쓰다듬는다.
시의 불감증으로 죽어지내는
나의 제전(祭典)에
그녀는 술을 따르고
나는 부끄러운 잔을 받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