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잎 물방울
황송문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토란잎 물방울이 떠오를 때가 있다. 수은처럼 투명하면서도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토란잎의 물방울은 신비를 머금은 하나의 성스러운 소우주였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없다고들 말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사람 없고 때묻지 않은 사람 없다지만, 그 가운데 꽃으로 솟는 이가 더러는 있을수도 있다. 허술하게 보이는 이웃들에 의해서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고 시가 나오듯이---
속세에 몸 담고 살되 때묻지 않는 사람, 속화되지 않고 성스러움을 잃지 않는 사람을 나는 그저 꿈에 떡 얻어먹듯 그렇게 만날 때가 있다. 물론 그게 영원한 것은 못되고 어느 기간까지 가변적인 성질의 것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토란잎은 물속에 넣었다가 꺼내어도 물이 묻지 않듯이, 세속에 살되 그 세속에 때묻지 않고 초연함을 유지함으로써 갈등을 수월하게 여과해내고 뛰어넘어서 안심입명의 경지에서 초탈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싶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 세상이 싫어져서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때묻지 않으려는 식물성 정신으로 토란잎을 떠올리고 물방울을 생각한다.
해가 떠오르고 기울면 소리없이 피었다가 사라지는 토란잎 물방울 같은 내 목숨의 끄트머리, 긴장히는 시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