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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가족

콩나물 가족 황송문 봄이 오기 전 / 매화꽃이 피기 전 / 꽃샘바람이 시베리아 바람을 흉내 내느라 / 지평선상, 휑하니 열린 들녘을 / 휩쓸고 지나 가거나 말거나 / 우리 가족은 초가삼간 오순도순 콩나물을 길렀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누이들도 / 잠에서 깨어나면 표주박으로 / 옹배기에 고인 물을 떠서는 / 콩나물시루에 쪼르륵 쪼르륵 부었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길어오시는 향나무 생울타리가의 샘물을 퍼붓고 나면 물방울은 휘몰이로 뚝뚝뚝 떨어지다다 / 자진모리로 두둑 뚜둑 떨어지다가 중중모리로 우뚝 뚝, 뚜욱 뚝 / 중몰이로 뚜욱 뚜욱 뚜욱 / 진양조로 쭈우욱 뚜우욱 / 기다림이 그리움이 되어 물의 종교로 자랐다. 초가집이나 기와집 밖에서는 / 꽃샘바람이 몸서리치게 불어도 / 장작불 지나간 구들의 윗목에서는 /..

황송문 시창작 2024.01.15

게 황송문 국회의사당 같은 / 갑각류 십각목의 절지동물이 / 둥근 등딱지로 납작 엎드려있다. / 대족(大足)은 이족(二足)이요 / 소족(小足)은 팔족(八足) 이요 안목(眼目)은 상천(上天)하고 / 거품은 버글버글 옆으로 실실 기는 행여 기득권 재산 명예 빼앗길까 / 딱지 안으로 겹눈을 움츠리고 요리조리 살피다가 / 표만 보이면 재빨리 나꿔채는 / 횡보(橫步)의 기재로다. 역사의 톱니바퀴에 낀 채 / 발목 잡는 한량들이 / 국회의사당처럼 엎어져 있다. 높은 세금 매기려면 / 나 잡아가 잡수라는 듯 / 등딱지만 내보이며 엎어져 있다.

황송문 시창작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