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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삼국지(三國志) 황송문 와리바시가 자장면을 삼킨다. / 자장면이 와리바시를 물들인다. / 와리바시와 자장면 싸움에 사발이 금간다. // 자장면을 감아올리던 / 와리바시가 부러져나가고 / 금 간 사발에 개 풀어진 자장면 / 되놈들 대가리에 황사가 인다. / 자장면은 식품이지만 / 와리바시는 소모품이지만 / 사발에는 품(品)을 붙일 수 없는 / 경천의 우러름이다. // 속까지 입을 벌리고 / 하늘 우러러 두 손 비는 백의 민족의 몸짓이다. / 흰옷의 눈물어림이다. // 하얀 순백의 사발에서는 / 복(福)자 희(喜)자 원추리 글씨가 햇살을 모셔들이지만 / 황하를 건너온 자장면에서는 홍위병의 깃발이 꿈틀거리고 / 고꾸라진 와리바시에서는 / 사무라이 칼날이 번쩍거린다.

황송문 시창작 2024.02.26

김치에게

김치에게 황송문 여보게 / 오랜만일세그려! / 정말 오랜만일세그려! 외국 말만 떠도는 / 타국을 떠돌다가 / 자넬 만나니 이젠 정말 살겠네그려! 말도 다르고 입맛도 다른 / 외국 사람들 틈에서 / 자넬 만나니 / 눈물겹게도 / 도봉산이 그리워지고 / 한강물이 그리워지네그려! // 여보게 / 이게 뭔가, 뭐겠는가 / 지진처럼 깊은 데서 찡하게 울려오고 / 가슴이 터질것 같은 이게 뭐겠는가. 할아버지는 짚신을 삼으시고 / 할머니는 물레를 돌리시던 곳 / 어머니랑 누이랑 목화 따던 곳 / 그곳을 꿈엔들 잊겠는가. / 세상 어딜가나 자네 없인 못 살겠네 그려! 어머니가 포기포기 담그시던 / 자네의 그 내 나라 맛을 / 어디 꿈엔들 잊겠는가. 내사내사 못 잊겠네 그려! - 1987년 8월 3일 미국 시카고에서

황송문 시창작 2024.02.19

산에서는

산에서는 황송문 산에서는 세속의 잡담을 지껄이지 말아라. 맑은 공기와 맑은 물 웃음짓는 햇빛을 보아라. 나뭇잎 풀잎은 손짓을 하고 꽃들이 반기거늘 먼지와 기름때를 왜 게워내느냐. 침묵하는 산이 입이 없는 줄 아느냐. 바람처럼 묵언으로 말하고 흙처럼 지평으로 참으며 청명한 하늘에 구름이 떠돌듯 말 없는 가운데 산 높고 골 깊은 말 우리도 그 말 없는 말로 변화무쌍해야 하느니라.

황송문 시창작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