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황송문
와리바시가 자장면을 삼킨다. / 자장면이 와리바시를 물들인다. / 와리바시와 자장면 싸움에
사발이 금간다. // 자장면을 감아올리던 / 와리바시가 부러져나가고 / 금 간 사발에 개 풀어진
자장면 / 되놈들 대가리에 황사가 인다. / 자장면은 식품이지만 / 와리바시는 소모품이지만 /
사발에는 품(品)을 붙일 수 없는 / 경천의 우러름이다. // 속까지 입을 벌리고 / 하늘 우러러 두
손 비는 백의 민족의 몸짓이다. / 흰옷의 눈물어림이다. // 하얀 순백의 사발에서는 / 복(福)자
희(喜)자 원추리 글씨가 햇살을 모셔들이지만 / 황하를 건너온 자장면에서는 홍위병의 깃발이
꿈틀거리고 / 고꾸라진 와리바시에서는 / 사무라이 칼날이 번쩍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