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꽃꽂이 여인

SM사계 2024. 3. 4. 06:58

 

 

 

꽃꽂이 여인

 

                              황송문

 

그녀는 장미 입술로 웃는다. / 햇살을 사모하는 웃음꽃으로 / 루즈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 하늘을 온통 봉오리 채 웃는다. // 속눈썹 곱게 펼쳐 올리고 / 신비의 눈 그윽히 올려보면서 

/ 햇살 거슬러 웃음 쏘아 올린다. // 나는 그녀의 웃음을 훔쳐낸다. / 세상에 없는 웃음이므로

/ 나는 웃음꽃을 가슴에 심는다. // 숲속의 새처럼 경쾌한 율동으로 / 꽃을 고르는 눈동자와 

/ 밑줄기를 자르는 그녀의 손 / 세련된 움직임 하나 하나에 / 꽃의 미소를 닮고 있다. 

그녀가 화병에 꽃을 꽂을 때 / 나는 그녀를 가슴에 꽂는다. / 신의 손가락 하나 하나에

/ 세상은 꽃밭으로 이루어진다. // 하나의 꽃 곁에 / 또 하나의 꽃을, / 꽃과 꽃을 정답게 꽂으면

/ 꽃다운 꽃 그 사이사이로 / 얼근한 하늘이 내려온다 .   

                                                              - 1977년 일본 나고야 남산대학에서 아트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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