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게
황송문
여보게 / 오랜만일세그려! / 정말 오랜만일세그려!
외국 말만 떠도는 / 타국을 떠돌다가 / 자넬 만나니 이젠 정말 살겠네그려!
말도 다르고 입맛도 다른 / 외국 사람들 틈에서 / 자넬 만나니 / 눈물겹게도 /
도봉산이 그리워지고 / 한강물이 그리워지네그려! // 여보게 / 이게 뭔가,
뭐겠는가 / 지진처럼 깊은 데서 찡하게 울려오고 / 가슴이 터질것 같은 이게 뭐겠는가.
할아버지는 짚신을 삼으시고 / 할머니는 물레를 돌리시던 곳 / 어머니랑 누이랑
목화 따던 곳 / 그곳을 꿈엔들 잊겠는가. / 세상 어딜가나 자네 없인 못 살겠네 그려!
어머니가 포기포기 담그시던 / 자네의 그 내 나라 맛을 / 어디 꿈엔들 잊겠는가.
내사내사 못 잊겠네 그려!
- 1987년 8월 3일 미국 시카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