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여인
황송문
그녀는 장미 입술로 웃는다. / 햇살을 사모하는 웃음꽃으로 / 루즈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 하늘을 온통 봉오리 채 웃는다. // 속눈썹 곱게 펼쳐 올리고 / 신비의 눈 그윽히 올려보면서
/ 햇살 거슬러 웃음 쏘아 올린다. // 나는 그녀의 웃음을 훔쳐낸다. / 세상에 없는 웃음이므로
/ 나는 웃음꽃을 가슴에 심는다. // 숲속의 새처럼 경쾌한 율동으로 / 꽃을 고르는 눈동자와
/ 밑줄기를 자르는 그녀의 손 / 세련된 움직임 하나 하나에 / 꽃의 미소를 닮고 있다.
그녀가 화병에 꽃을 꽂을 때 / 나는 그녀를 가슴에 꽂는다. / 신의 손가락 하나 하나에
/ 세상은 꽃밭으로 이루어진다. // 하나의 꽃 곁에 / 또 하나의 꽃을, / 꽃과 꽃을 정답게 꽂으면
/ 꽃다운 꽃 그 사이사이로 / 얼근한 하늘이 내려온다 .
- 1977년 일본 나고야 남산대학에서 아트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