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기죽지 말라고

SM사계 2024. 3. 18. 00:01

 

 

 

기죽지 말라고

                              황송문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도

아침을 지을 때마다 

무쇠솟 가운데 쌀 한 줌 얹으셨다. 

 

보리밥 속에 / 달걀 노른자처럼 

그 중심 밥만 오롯이 떠서

도시락을 싸주셨다. 

 

가족은 꽁보리밥이지만  / 나의 도시락은 

보립밥 위에 쌀밥이 놓여 

도금한 지붕처럼 빛났다. 

 

초등학교 장작난로 가에서 

보란듯이 펴놓고 먹게 된

점심 도시락이 아른아른 

뜨거운 눈시울에 어머니가 보인다.  

 

        <문학사계> 봄호(8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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