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기죽지 말라고

SM사계 2024. 5. 20. 22:53

 

 

 

기죽지 말라고
                                   황송문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도 

아침을 지을 때마다 

무쇠솟 가운데 쌀 한 줌 얹으셨다. 

 

보리밥 속에 

달걀 노른자처럼 

그 중심 밥만 오롯이 떠서 

도시락을 싸주셨다. 

 

가족은 꽁보리밥이지만

나의 도시락은  

보리밥 위에 쌀밥이 놓여

도금한 지붕처럼 빛났다. 

 

초등학교 장작난롯가에서  

보란 듯이 펴놓고 먹게 된

점심 도시락이 아른아른  

뜨거운 눈시울에 어머니가 보인다. 

 

-<문학사계> 89호(2024 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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