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말라고
황송문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도
아침을 지을 때마다
무쇠솟 가운데 쌀 한 줌 얹으셨다.
보리밥 속에
달걀 노른자처럼
그 중심 밥만 오롯이 떠서
도시락을 싸주셨다.
가족은 꽁보리밥이지만
나의 도시락은
보리밥 위에 쌀밥이 놓여
도금한 지붕처럼 빛났다.
초등학교 장작난롯가에서
보란 듯이 펴놓고 먹게 된
점심 도시락이 아른아른
뜨거운 눈시울에 어머니가 보인다.
-<문학사계> 89호(2024 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