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가족
황송문
봄이 오기 전 / 매화꽃이 피기 전 / 꽃샘바람이 시베리아 바람을
흉내 내느라 / 지평선상, 휑하니 열린 들녘을 / 휩쓸고 지나 가거나
말거나 / 우리 가족은 초가삼간 오순도순 콩나물을 길렀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누이들도 / 잠에서 깨어나면 표주박으로 /
옹배기에 고인 물을 떠서는 / 콩나물시루에 쪼르륵 쪼르륵 부었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길어오시는 향나무 생울타리가의 샘물을 퍼붓고 나면
물방울은 휘몰이로 뚝뚝뚝 떨어지다다 / 자진모리로 두둑 뚜둑 떨어지다가
중중모리로 우뚝 뚝, 뚜욱 뚝 / 중몰이로 뚜욱 뚜욱 뚜욱 / 진양조로 쭈우욱
뚜우욱 / 기다림이 그리움이 되어 물의 종교로 자랐다.
초가집이나 기와집 밖에서는 / 꽃샘바람이 몸서리치게 불어도 / 장작불 지나간
구들의 윗목에서는 / 콩나물들이 깨소금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