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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가 2

망향가 2 황송문 어매여, 시골 울엄매여! / 어매 솜씨에 장맛이 달아 / 시래깃국 잘도 끓여주던 어매여! 어매 청춘 품앗이로 보낸 들녘 / 가르마 트인 논두렁길을 / 내 늘그막엔 밟아 볼라요! 동짓날 팥죽을 먹다가 / 문득, 걸리던 어매여! // 새알심이 걸려 넘기지를 못하고 / 그리 버 그리버, 울엄매 그리버서 / 빌딩 달 하염없이 바라보며 / 속울음 꺼이꺼익 울었지러 앵두나무 우물가로 시집오던 울엄매! / 새벽마다 맑은 물 길어와서는 / 정화수 축수축수 치성을 드리더니 / 동백기름에 윤기 자르르한 머리카락은 / 뜬구름 세월에 파뿌리 되었 지러. // 아들이 유학을 간다고 / 송편을 쪄가지고 달려오던 어매여! // 구만리장천에 월매나 시정 허꼬 / 비행기 속에서 먹어라, 잉! // 점드락 갈라면 월매..

황송문 시창작 2023.08.21

가을 연주

가을 연주 황송문 달빛이 풀잎을 연주한다. / 달빛이 활을 쥐고 / 바이올린을 켜는 / 풀 푸른 소. // 은하(銀河) 이슬이 흐른다. / 강물은 비늘을 털고 / 악보의 눈들이 반짝인다. // 풀꽃에 자지러지는 바람 / 천연(天然)의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 풀잎은 풀잎끼리 / 별빛은 별빛끼리 / 볼을 비 벼대는 / 애무의 밤 / 지칠 줄 모르는 연주 / 나도 하나의 활이 된다.

황송문 시창작 2023.08.14

바다 운동회

바다 운동회 황송문 잔잔할 때는 / 푸른 유니폼, 파란 유니폼을 입은 / 여고생 들의 체조시간 / 부드러운 파도타기 매스게임이 한창이다. 풍랑이 일 때는 / 백마 떼의 경마장 / 우렁찬 함성과 함께 / 소금 먼지를 일으키면서 / 물비늘 찬란히 무섭게 질주한다. 도마뱀 떼 지그재그 / 끝없는 되플이로 살아나는 바다는 / 죽었다 깨어나는 성애의 시원(始原) / 방파제를 물어뜯으며 / 대자연의 도서들을 집이삼킨다. // 바다는 광의(廣義)의 도서관 / 산적한 채석강의 책무더기들 / 죽고 살고 읽겠다고 / 온몸 부딪쳐 통독(通讀)하는가 / 신(神)의 창조를 몸짓하는 / 청소년들의 운동회가 한창이다.

황송문 시창작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