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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황송문 가시내야, 가시내야, 시골 가시내야. 루즈의 동그라미로 빌딩을 오르는 가시내야. 날 짝사랑했다는 가시내야. 달뜨는 밤이면 남몰래 고개 하나 넘어와서는 불켜진 죽창문 건너보며 한숨 쉬던 가시내야. 날 어쩌라고 요염한 입술로 살아 와서는 도시의 석벽을 올라와 보느냐. 저만치 혼자서 창연한 눈빛으로 승천하는 가시내야. 너의 깊은 속 샘물 줄기 돌돌거리는 잠샛별 회포 쌓인 이야기를 일찌감치 들려주지 못하고 어찌하여 멀리 떠서 눈짓만 하느냐. 어느 이승 골짜기에 우연히 마주칠 때 날라온 찻잔에 넌지시 떨구고 간 사연 갖고 날 어쩌란 말이냐. 가시내야, 가시내야. 시골 가시내야. 저 달을 물동이에 이고 와서는 정화수 남실남실 달빛 가득 뒤란의 장독대 바람소리 축수축수 치성을 드리던 어미 죽은 줄도 모르고..

황송문 시창작 2023.09.04

간장

간장 황송문 우리 조용히 살기로 해요. / 우리 기꺼이 죽기로 해요. // 토속(土俗)의 항아리 가득히고여 / 삭아 내린 뒤에 / 맛으로 살아나는 삶 / 우리 익어서 살기로 해요. // 안으로 달여지는 삶 / 뿌리 깊은 맛으로 / 은근한 사랑을 맛들게 해요. // 정겹게 익어가자면 / 꽃답게 썩어가자면 / 속 맛이 울어 날 때까지는 / 속 삭는 아픔도 크겠지요. // 잦아드는 짠맛이ㅣ일어나는 단맛으로 / 울어날 때까지 / 우리 곱게 곱게 썩기로 해요. / 우리 깊이깊이 익기로 해요. // 죽음보다 깊이 잠들었다가 / 다시 깨어나는 / 부활의 윤회(輪廻), // 사랑 위해 기꺼이 죽는 인생이게 해요. / 사랑 위해다시 사는 / 재생(再生)이게 해요. 시작 노트 - 간장이 모든 음식에 들어가 맛을 내듯이, ..

황송문 시창작 20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