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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에서

기원에서 황송문 바둑이란 무엇입니까? - 인생을 살펴 가는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 정석을 놓아 가는 것이다. 절석이란 무엇입니까? - 인지당행지도니라. / 도란 무엇입니까? - 시와 같은 것이다. 시란 무엇입니까? - 죽은 수를 찾는 것이다. - 바둑을 어떻게 두어야 합니까? - 잘못 둔 인연은 단념해야 한다. 왜 단념해야 합니까? - 인정에 이끌리면 갇혀 죽는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 무다. / 무는 무엇이니까? - 유다. 유와 무는 무엇입니까? - 있다가도 없는 바둑판이다. 바둑판은 무엇입니까? - 인생이다. /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 정석이다.

황송문 시창작 2023.10.02

칡차

칡차 황송문 오늘은 내 나라 칡차를 들자. / 조상의 뼈가 묻힌 산 / 조상의 피가 흐른 산 // 조상 대대로 자자손손 /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 묻힌 산 // 그 산 진액을 빨아올려 사시장철 뿌리로 간직했다가 / 주리 틀어 짜낸 칡차를 받아마 시고 /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자. // 칡뿌리같이 목숨 질긴 우리의 역사 / 칡뿌리같이 잘려 나간 우리의 강토 / 내 흉한 손금 같은 산협(山峽)에 / 죽지 않고 살아 남은 뿌리의 정신, / 흙의 향기를 받아 마시자. // 어제는 커피에 길들여 왔지만 / 어제는 정신없이 살아왔지만 / 오늘은 내 나라 칡차를 들자.

황송문 시창작 2023.09.25

아파트 항아리

아파트 항아리 황송문 계백장군의 발성. / 욕되게 사느니 / 차라리 내 손에 죽어라고 / 쳐들었던 망치를내려치자 / 대물림 받은 항아리가 비명을질렀다.// 봄부터 가을까지 / 햇볕애 거풍시키고 / 흰구름도 놀다 가게 뚜껑을 열며 / 풍신한 몸매 물걸레질하던 / 할매와 어매도 비명을질렀다.// 조상 대대로 대물려 내려온 / 흙의 파편들을 / 경비 아저씨는 종량 봉투에 버리란다. / 김치는 냉장고에 두고 / 간장을 한 병씩 사먹 으면 되는 / 편리한 세상에 계백이 죽는다.

황송문 시창작 202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