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운동회
황송문
잔잔할 때는 / 푸른 유니폼, 파란 유니폼을 입은 / 여고생
들의 체조시간 / 부드러운 파도타기 매스게임이 한창이다.
풍랑이 일 때는 / 백마 떼의 경마장 / 우렁찬 함성과 함께 /
소금 먼지를 일으키면서 / 물비늘 찬란히 무섭게 질주한다.
도마뱀 떼 지그재그 / 끝없는 되플이로 살아나는 바다는 /
죽었다 깨어나는 성애의 시원(始原) / 방파제를 물어뜯으며
/ 대자연의 도서들을 집이삼킨다. // 바다는 광의(廣義)의
도서관 / 산적한 채석강의 책무더기들 / 죽고 살고 읽겠다고
/ 온몸 부딪쳐 통독(通讀)하는가 / 신(神)의 창조를 몸짓하는
/ 청소년들의 운동회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