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열병熱病

SM사계 2023. 7. 24. 00:01

 

 

 

  열병熱病   

                                                                                         황송문

 

 

나는 오늘 장작을 팬다. / 위선이 양복을 벗어던지고, / 가식의 넥타이도 풀어 던지고, 

구릿빛 등살을 드러낸 채 / 손바닥이 부르트고 팔목이 시도록 / 온종일 땀 흘리며 장작을 팬다.

결이 고운 것은 제쳐두고, 결이 나쁜 놈들만 골라잡아서 / 혼신으로 내려찍어 장작을 팬다.

"얘, 야야, 몸조심해라!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라!"     

근심으로 주름 잡힌 할아버지는 /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지만, /  열병 앓는 젊은 놈 눈에는 

뵈는 게 없기 때문에 / 할아버지의 무서움도 내려 찍는다.   

어둠 속 배알이 뒤틀린 놈들 / 어둠 속 혓바닥이 배배 꼬인 놈들 / 오기의 모가지 뒤틀린 놈들

어둠 속 고집의 관솔이 박힌 놈들 / 어둠 속 끈끈한 송진으로 / 도끼날을 붙들어 매면서 

독버섯과 동거한 놈들을 골라잡아 / 이를 물고 빠개나간다. // 장작을 패면 팰수록 / 울고 싶은 

까닭은 무엇인가. / 어둠을 내려찍으면 찍을수록 / 떨어져 나가는 내 가슴의 상처! 

부조리도 사랑해야 하는 / 아픔을 견디는 아픔으로 / 아픔을 아픔으로 내려 찍는다. 

 

 

 

 

 

다음 이미지 발췌

'황송문 시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운동회  (33) 2023.08.07
시를 쓰는 일은  (26) 2023.07.31
선풍禪風 3  (44) 2023.07.17
웃기는 시와 울리는 시  (31) 2023.07.10
샘도랑집 바우  (25)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