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熱病
황송문
나는 오늘 장작을 팬다. / 위선이 양복을 벗어던지고, / 가식의 넥타이도 풀어 던지고,
구릿빛 등살을 드러낸 채 / 손바닥이 부르트고 팔목이 시도록 / 온종일 땀 흘리며 장작을 팬다.
결이 고운 것은 제쳐두고, 결이 나쁜 놈들만 골라잡아서 / 혼신으로 내려찍어 장작을 팬다.
"얘, 야야, 몸조심해라!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라!"
근심으로 주름 잡힌 할아버지는 /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지만, / 열병 앓는 젊은 놈 눈에는
뵈는 게 없기 때문에 / 할아버지의 무서움도 내려 찍는다.
어둠 속 배알이 뒤틀린 놈들 / 어둠 속 혓바닥이 배배 꼬인 놈들 / 오기의 모가지 뒤틀린 놈들
어둠 속 고집의 관솔이 박힌 놈들 / 어둠 속 끈끈한 송진으로 / 도끼날을 붙들어 매면서
독버섯과 동거한 놈들을 골라잡아 / 이를 물고 빠개나간다. // 장작을 패면 팰수록 / 울고 싶은
까닭은 무엇인가. / 어둠을 내려찍으면 찍을수록 / 떨어져 나가는 내 가슴의 상처!
부조리도 사랑해야 하는 / 아픔을 견디는 아픔으로 / 아픔을 아픔으로 내려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