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시와 울리는 시
황송문
노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 "6.25가 몇 년도에 일어났느냐"라고. / 그러나 모두들
꿀 먹은 병어리였다. // 절망하기 싫은 명예교수가 /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다시 물었다.
"올해가 단기 몇 년이냐"고. / 역시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였다. // 분단의 원인도 모르고 /
제 나라 생년도 모르는 반거들충이들 / 지구가 반칙을 일삼고 / 병이 깊어지니까 하늘도
노하여 / 빈 하늘에 헛수고를 한다.// 별들이 쏜살 같이 사정하며 떨어지는 / 하느님의 혼불
/ 신(神)은 돌아가셨는가. // 달콤한 연인들 휴대폰 속에서 / 영어 컴퓨터 필수과목에 밀려 /
문사철(文史哲)이 종명(終命)을 고하자 / 마지막 씨있는 말을 하겠다고 / 노교수가 교탁에서
분신 자살했다. // 머리에서부처 시너를 들이붓고 / 라이터 불을 확 붙인 후 / 등신불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 활활 타고 있었다. // 씨 있는 불의 말을 남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