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稜線
황송문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나그네의 / 은밀한 탄력의 주막거리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도 / 살아나는 세포마다 등불이 켜지는 / 거널목이다, 날개옷이다. / 음지에
물드는 단풍같이 / 부끄럼을 타면서도 산뜻하게 / 웃을적마다 볼이 패이는 / 베일 저쪽
신비로운 보조개--- / 주기적으로 수시로 물이 오르는 / 뿌리에서 가지 이파리 끝까지 /
화끈거리면서 서늘하기도 한 / 알다가도 모를 숲그늘이다./ 불타는 단풍을 담요처럼 깔고
덮고 / 포도주에 얼근한 노을을 올려보는 / 여인의 무릎과 유방 사이의 / 어쩐지 아리송한
등산광이다. / 개살구를 씹어 삼킬 때의 / 실눈이 감길듯이 시큰거리는 /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는 산등성이의 곡선--- / 쑤시는 인생의 마디마디 / 오르기 위해서 쉬어가는 / 주막거리의
재충전이다. /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 / 기침을 콜록이던 일상에서 / 어쩌다 눈뜬 저 건너 무지개 /
나무꾼과 선녀의 감로주 한 모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