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창변窓邊의 손

SM사계 2023. 6. 26. 00:01

 

창변窓邊의 손  

                                                                  황송문

 

하나의 손바닥을 향하여 / 또 하나의 손바닥이 기어오른다.  

차창 안의 손바닥을 향하여 / 차창 밖의 손바닥이 기어오른다.

줄리엣의 손을 향하여 / 로미오의 손이 담벼락을 기어오르듯

기어오르는 손바닥  사이에 차창이 막혀 있다. 

유리창은 투명하지만 / 매정스럽게 차가웠다. / 차창 안의 손은  

냉가슴 앓는 아들의 손 / 차창 밖의 손은 평생을 하루같이 산

어미의  손 / 신혼에 헤어졌던 남편과 아내의 손 / 손과 손이 붙들어

보려고 자맥질을 한다. / 손은, 오랜 풍상을 견디어내느라 주름진 

손은 / 혹한을 견디어낸 소나무 껍질 같은 / 수없는 연륜의 손금이 

어지럽다. / 암사지도보다도 잔인한 / 상처두성이 손이 꿈결처럼 

기어오른다. / 얼굴을 만지려고, 세월을 만지려고 / 눈물을 만자려고

회한을 만지려고 / 목숨 질긴 칡넝쿨처럼 기어오르면서 / 왜 이제야 

왔느냐고, / 유복자(遺腹子) 어깨를 타고 앉아 오열을 한다. 

 

                                                      -남북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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