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감자
황송문
멍든 빛깔의 하지감자는 / 엉골댁 욕쟁이 할머니.
쪼그라들면 쪼그라들수록 / 일본 순사 쏘아보던 눈빛이 산다.
일제에 징용 간 남편은 소식 없고 / 보쌈에 싸여가서 아가 하나
낳았다가 // 6.25 전장에 재가 되어 돌아온 후 / 걸찍한 욕만 살아서
푸른 독을 뿜는다. // 멍든 하지감자는 / 껍질을 까기가 힘이 든다. //.
사내놈들 보쌈에 싸여가는 동안 / 은장도를 가슴에 품은 채 벼르고
벼르던 // 그 날선 빛깔이 눈물이 되고 욕설이 되어 / 독을 품은
씨눈에서 은장도가 번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