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하지감자

SM사계 2023. 6. 5. 00:01

 

 

 하지감자 

                                                               황송문

 

멍든 빛깔의 하지감자는 / 엉골댁 욕쟁이 할머니.

쪼그라들면 쪼그라들수록 / 일본 순사 쏘아보던 눈빛이 산다. 

일제에 징용 간 남편은 소식 없고 / 보쌈에 싸여가서 아가 하나

낳았다가 // 6.25 전장에 재가 되어 돌아온 후 / 걸찍한 욕만 살아서

푸른 독을 뿜는다. // 멍든 하지감자는 / 껍질을 까기가 힘이 든다. //. 

사내놈들 보쌈에 싸여가는 동안 / 은장도를 가슴에 품은 채 벼르고

벼르던 // 그 날선 빛깔이 눈물이 되고 욕설이 되어 / 독을 품은

씨눈에서 은장도가 번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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