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샘도랑집 바우

SM사계 2023. 7. 3. 00:01

 

 

 샘도랑잡 바우 

                                                                                      황송문

 

가까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 탐욕의 불을 켜고 / 바라본 일도 없습니다.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 옷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 그저 그저 / 달님도 

부끄러워 / 구름 속으로 숨는 밤 / 물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 죄가 있다면 / 

그 소리 훔쳐들은 죄밖에 없습니다. / 그런데, 그런데, / 그 소리는 꽃잎이 되고 

향기가 되었습니다. / 껍질 벗는 / 수밀도의 향기--- / 밤하늘엔 여인의 비눗물이 

흘러갑니다. / 아씨가 선녀로 목욕하는 밤이면 / 샘도랑은 온통 별밭이 되어 / 가슴은

은하로 출렁이었습니다. / 손목 한번 잡은 일도 없습니다. / 얘기 한번 나눈 적도 없습

니다. / 다만 아슴푸레한 어둠 저편에서 / 떨어지는 물소리에 / 정신을 빼앗겼던 탓이

올시다. / 시원의 유두 같은 /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 머리카락으로 목덜미로 유방으로

허리로 / 그리고 또--- / 곡선의 시야 굼틀굼틀 / 어루만져보고 껴안아 보면 /  그달콤한 

상상의 감주, / 죄가 있다면 이것이 죄올시다. /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 옷 하나 감추지도

못한 주제에 / 죄가 있다면 / 물소리에 끌려간 죄밖에 없습니다. 

 

* 시작노트 - 나의 소년 시절은 순수했다. 그 지고지순한 순수세계를 그려보고 싶었다. 김유정의

<동백꽃>이라든지,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종지기인 꼽추

카지모도 등의  인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내가 살던 마을 한쪽에 샘도랑이 있었다. 여름밤엔

여인들이 목욕하곤 했다. 그 집에 시에 나오는 아씨 같은 여인은 없었다. 나는 벙어리 삼룡이나 

꼽추 카지모도 같은 사람의 처지에서 소설에 나오는 아씨를 연상하면서 창조적(생산적) 상상으로

기억의 잔상들을 합치고 나누며 변화시키면서 이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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