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存在 황송문 당신이 하늘이라면 나는 그 속에 떠도는 구름 당신이 바다라면 나는 그 속에 출렁이는 물결 당신이 땅이라면 나는 하나의 작은 모래알 당신의 손바닥 위에 숨 쉬는 나는 당신의 영원 속의 순간을 풀잎에 맺혀 사는 이슬 한나절 맺혔다가 사위 어가는 목숨…… 황송문 대표시 2010.11.30
물레 물레 황송문 木花茶房에 한 틀의 물레가 놓여 있었다. 수 십 년 만에 햇볕을 받은 할머니의 뼈다귀처럼 물레는 앙상하게 낡아 있었다. 도시의 詩가 타살되던 날 밤 다방으로 피신해 온 나는 물레 소리에 미쳐 들고 있었다. 할머니의 眞言처럼 사른사른 살아나는 물레 소리가 너무너무 좋아서 나는 눈물.. 황송문 대표시 2010.11.11
아름다운 것 1, 2 아름다운 것 1 황송문 보내 놓고 돌아와 틀어박는 쐐기는 아름답다. 쐐기의 美學으로 눈물을 감추면서 피어 내는 웃음꽃은 아름답다. 기다림에 주름 잡힌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의 만남은 아름답다. 태양의 미소와 바람의 애무 눈짓하는 나무는 아름답고 지저귀는 새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 황송문 대표시 2010.11.09
보리를 밟으면서 보리를 밟으면서 황송문 보리를 밟으면서 언 뿌리를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비에게 대들 때처럼, 시린 가슴으로 아픔을 밟는 아픔으로 해동을 생각한다. 얼마나 교육을 시켜 줘 보았느냐고, 얼마나 유산을 남겨 줘 보았느냐고, 시퍼런 눈들이 대드는 것은 나의 무능임을 나는 안다. 뿌리를 위하여 씨알.. 황송문 대표시 2010.11.04
존재 存在 황송문 당신이 하늘이라면 나는 그 속에 떠도는 구름 당신이 바다라면 나는 그 속에 출렁이는 물결 당신이 땅이라면 나는 하나의 작은 모래알 당신의 손바닥 위에 숨 쉬는 나는 당신의 영원 속의 순간을 풀잎에 맺혀 사는 이슬 한나절 맺혔다가 사위 어가는 목숨…… 황송문 대표시 2010.11.04
꽃잎 꽃잎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황송문 대표시 2010.10.12
칡차 칡차 오늘은 내 나라 칡차를 들자. 조상의 뼈가 묻힌 산 조상의 피가 흐른 산 조상 대대로 자자손손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 묻힌 산 그 산 진액을 빨아올려 사시장철 뿌리로 간직했다가 주리 틀어 짜낸 칡차를 받아 마시고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자. 칡뿌리 같이 목숨 질긴 우리의 역사 칡뿌리 같이 .. 황송문 대표시 2010.10.05
청보리 청보리 청보리의 푸른 정신으로 살고 싶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살아도 가난한 줄 모르게 수천 톤의 햇살을 받아들이는 양지바른 토양에서 보란 듯이 살고 싶다. 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 가르치는 그런 事大의 사내새끼가 아니라, 자가용 열쇠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어깨를 으쓱거린다거나, 면사포를 .. 황송문 대표시 201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