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를 밟으면서
황송문
보리를 밟으면서
언 뿌리를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비에게 대들 때처럼,
시린 가슴으로
아픔을 밟는 아픔으로
해동을 생각한다.
얼마나 교육을 시켜 줘 보았느냐고,
얼마나 유산을 남겨 줘 보았느냐고,
시퍼런 눈들이 대드는 것은
나의 무능임을
나는 안다.
뿌리를 위하여
씨알이 썩는 것처럼,
사랑할수록 무능해지는 것을
나는 안다.
내 아이들이 대어들 듯,
어릴 적 내가 대어 들면
말을 못하시고
눈을 감으시던 아버지처럼,
나 또한 눈을 감은 채
보리를 밟는다.
잠든 어린 것 곁에
이불을 덮어 주며
눈을 감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온종일 보리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