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대표시

물레

SM사계 2010. 11. 11. 10:38

물레

 

황송문

 

 

木花茶房에

한 틀의 물레가 놓여 있었다.

 

수 십 년 만에 햇볕을 받은

할머니의 뼈다귀처럼

물레는 앙상하게 낡아 있었다.

 

도시의 詩가 타살되던 날 밤

다방으로 피신해 온 나는

물레 소리에 미쳐 들고 있었다.

 

할머니의 眞言처럼

사른사른 살아나는 물레 소리가

너무너무 좋아서

나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靑竹 같은 자식을

전장에 보내 놓고

사방팔방 치성을 드리던

할머니의 물레 소리가

내 가슴 다르륵 물어 감고 있었다.

 

보기도 아까운 그 얼굴,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온 자식을 끌안다가

까물치던 할머니의 목쉰 소리 다르륵,

 

숨이 막혀 울지도 못하고

낮은 음자리 돌아 감기는

恨의 물레 소리

가락에 시름을 감으며

지렁이 울음을 게워 내고 있었다.

 

달 지는 밤이면

버언한 창호지 마주 앉아

남편 생각 자식 생각에

손을 멈추다가도

찌지는 한숨, 달달달달 다르륵,

시름을 감아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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