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황송문
물을 사랑하는 봄이 물소리를 내지르네
불을 사랑하는 봄이 불지르며 다니네
물과 불을 중매서는 바람은
박하사탕 먹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아질아질 신명 도지네
봄햇살이 물을 길어 올리네
느릅나무 속잎 피는 굽이굽이마다
뿌리에서 줄기로 가지로 잎으로
박하사탕 화안하게 얼사쿠 일어나네
봄물결이 불을 안고 피어오르네
능선과 계곡과 계곡과
어깨와 어깨와 허리와 허리와
능선과 계곡끼리 능선과 계곡끼리
청실홍실 어울어져 꽃을 피우네
봉오리 봉오리 젖꼭지 같은 꽃봉오리
달거리보다도 더 진한 꽃봉오리
능선에 오른 꽃은 해와 입맞추고
해는 눈 녹은 골짜기에 내려
사랑의 궁전에 뿌리를 내리고
뿌리는 깽맥깽맥 물을 길어 올리네
물과 불을 중매서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산마루는 골짜기에서 얼사쿠나 아롱아롱
열 두번 상모 하늘 감아 돌리더니
덩덩 덩덕쿵 꼿꼿이 서네
아지랑이 훔쳐먹은 처녀 총각들
싱숭생숭 아질아질 일어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