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황송문
연애는
눈 오는 밤에
화롯가에서 해야 하느니라.
아무도 찾아올 이 없는
강설(降雪)의 산골
눈 쌓여 교교한 밤에
단둘이 화롯가에서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워야 하느니라.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서
돌아갈 수 없는 밤
이야기도 조곤조곤
밤이랑 구워 먹으며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꿈같은 이야기를 늘여야 하느니라.
이야기를 끝없이
밤새도록 늘이고 늘이고
순백의 눈길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며
밤새도록 늘여가야 하느니라.
연애는
눈 오는 밤에
화롯가에서 해야 하느니라.
●밤이란 정서(情緖)의 영양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문학의 밤”은 있어도
“문학의 낮”은 없습니다.
햇빛만 필요한 게 아니고 달빛도 필요하듯이, 역사만
필요한 게 아니라 신화도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연애는 눈 오는 밤에 화롯가에서 해야” 한다는
이 단순한 말 속에는 조상부터 대대로 내려온 인정미학이 스며있어서
그 민족 공통체 얼로 인해서 정서가 이심전심 스미게 됩니다.
이시는 자칭 국보1호라는 양주동 선생의
수필 「사랑은 눈오는 밤에」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