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전집

연애는

SM사계 2021. 1. 18. 09:56

                           

연애는

                                      황송문

 

연애는

눈 오는 밤에

화롯가에서 해야 하느니라.

 

아무도 찾아올 이 없는

강설(降雪)의 산골

눈 쌓여 교교한 밤에

단둘이 화롯가에서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워야 하느니라.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서

돌아갈 수 없는 밤

이야기도 조곤조곤

밤이랑 구워 먹으며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꿈같은 이야기를 늘여야 하느니라.

 

이야기를 끝없이

밤새도록 늘이고 늘이고

순백의 눈길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며

밤새도록 늘여가야 하느니라.

 

연애는

눈 오는 밤에

화롯가에서 해야 하느니라.

 

 

밤이란 정서(情緖)의 영양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문학의 밤”은 있어도

“문학의 낮”은 없습니다.

햇빛만 필요한 게 아니고 달빛도 필요하듯이, 역사

필요한 게 아니라 신화도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연애는 눈 오는 밤에 화롯가에서 해야” 한다는

이 단순한 말 속에는 조상부터 대대로 내려온 인정미학이 스며있어서

그 민족 공통체 얼로 인해서 정서가 이심전심 스미게 됩니다.

시는 자칭 국보1호라는 양주동 선생의

수필 「사랑은 눈오는 밤에」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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