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도시 빨래

SM사계 2022. 10. 15. 00:10

 

 

 

 

도시 빨래

                                            황송문

 

 

어머니는 아파트에서 빨래를 하셨네. 

 

시골에서는 앞 냇물 뒷 냇물 

오리발 같이 빨간 손을 물에 담구며

맑고 차가운 물에 빨래를 하듯이 

그렇게 끝없이 빨래를 하셨네. 

 

도시는 화장실이 빨래터인가

돌돌 말린 화장지를 풀어내리고 

끝없이 끝도 없이 풀고 풀어서

세면기에 풀어 담그고 담그면서 

향수에 젖어 도시 빨래를 하셨네.

 

가족들의 만류에도 한사코  

화장지 빨래는 어머니 인생

인생을 치대며 빨다가 헹구다가 

삭정이처럼 청춘은 굳어지고

영결종천, 지수화풍으로 가셨네. 

 

화장지 빨래를 마지막으로 

고향산천 하늘땅으로 돌아가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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