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잎 송(頌)
황송문
기운 빠진 아내의 청을 듣고 / 무를 자르다가
머리 부분을 잘라서 접시에 담았다.
접시에 물을 붓고 / 창가에 모셔드렸더니
우리 집안에 경사가 났다.
아침 점심 저녁뿐 아니라 / 밤이나 낮이나 수시로 보게 되고
커피를 타 마시다가도 / 연인 바라보듯 그윽이 바라본다.
하마터면 예선에서 떨어져 / 탈락할 뻔한 원고가
최종심사원의 눈에 띄어 /최우수당선작으로 뽑히듯이,
우리집 접싯물 무잎 식구는 / 음식쓰레기통에 갈뻔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효녀 심청 / 연꽃에서 피어난 왕비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