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등산
황송문
단풍은 투피스
때가 되면 가식을 벗어던진다.
절반은 벗은 채
절반은 걸친 채
얼근한 하늘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안주 삼아
우리 한 잔 하는 게 어때
인생길이 가파르면
쉬엄쉬엄 쉬어서 가고
일락서산 해떨어지면
병풍 같은 산허리에 천막을 치고
삼겹살 이라도 볶아놓고 둘러앉아서
우리 한 잔 하는 게 어때
세상살이가 어지러우면
청류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구름처럼 초연히 털고 일어나
반나의 수림 사이사이로
바람같이 속 편하게 정좌수랑 불러놓고
우리 한 잔 하는 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