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몽블랑 스페어 잉크

SM사계 2023. 11.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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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스페어 잉크

 

                                        황송문

 

 

할아버지는 붓으로 상소문을 쓰시고

아버지는 연필로 서한문을 쓰시고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필로 한글과 한문을 쓰다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는 

펜으로 잉크를 찍어서 쓰다가 

펌프 만년필과 튜브 만년필  

조강지처 같은 만년필을 애지중지하다가 

첩실 같은 볼펜과 떨어져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 눈 똥그란 볼펜은 나를 노려보다가 

생활의 기름이 다 떨어지면 

쓰레기통 아무데나 버림을 받았다. 

 

세월은 바야흐로 컴퓨터가 들어와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나 세상은 아무리 변해도 

조강지처를 버릴 수는 없다. 

 

전당포 먼지처럼

해묵은 만년필을 찾아내고

남대문 수입품 상가를 찾았다.

몽블랑 스페어 잉크를 찾았으나 

하늘색 잉크가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세상 같은 

검은 잉크를 사서 들고 

지하도 층계를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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