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황송문
고추잠자리가 몰려오네
하늘에 빨간 수를 놓으며
한데 어울려 날아오네.
어느 고향에서 보내오기에
저리도 빻갛게 상기되어 오는가.
저렇게 찾아왔던 그 해는
참으로 건강한 여름이었지.
그대 꽃불 같은
우리들의 강냉이 밭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지.
잔모래로 이를 닦으시던 할아버지의
상투 끝에 맴돌던 잠자리같이
강냉이 이빨을 흉내내며
단물을 빨던 나의 눈앞에
떼지어 오는 고추잠자리는
누가 보낸 전령인가.
어디서 오는 전령이기에
노스탤지어의 손을 흔들며
저리도 붉게,
가슴 이리저리 맴돌며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