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질 소리
황송문
새벽잠에서 깨어날 때 / 무의식의 늪에서 의식의 호수로
찰랑찰랑 남살남실 깨어날 때
일출처럼 환하게 솟아오르면서 / 다독거리면서 어루만지는
심장소리가 식물성으로 들려요.
아내가 식칼로 무를 써는 소리 / 당근과
오이를 써는 소리 / 양파와 풋고추 써는 소리가 들려요
행주치마가 검어질수록
김치찌개 얼큰한 맛이 살고 / 도마에 상처가 나듯
주름살이 깊어질수록 /들깨 갈아부은 토란국은
은은한 조선 여인의 손맛이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