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의 미소
황송문
햇빛도 들지 않는 / 밀폐된 막고굴 속에서 / 천년 먼지 속에 꽃핀 미소를
바라본다. // 배시시 웃는 영산홍은 아니고 / 미소 살짝 스치는 살구꽃 언저리 /
뭐라 말할 수 없는 침묵의 꽃 / 세상 번뇌가 먼지를 먹고 거듭난 끝에 / 바위의
기지개가 미소꽃을 피웠네. // 아무리 어두운 흑암지옥에서도 / 아무리 숨막히는
무간지옥에서도 / 빙그레 미소하는 대자대비의 꽃 / 노을 한 자락 스치는 미소의 극락 //
접시의 참기름불 / 가물가물 스치는 극락 한나절 / 천 년 전 고승의 꽃노을을 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