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SM사계 2023. 3. 20. 00:01

 

 

 돌 

                                                                                  황송문

 

불속에서 한 천년 달구어지다가 / 산적이 되어 한 천년 숨어 살다가

칼날 같은 소슬바람에 염주를 집어 들고

물속에서 한 천년 원 없이 구르다가 / 영겁의 돌이 되어 돌돌돌 구르다가

매출한 목소리 가다듬고 일어나 / 신선봉 화담 선생 바둑알이 되어서 

한 천년 운무 속에 잠겨 살다가 / 잡놈들 들끓는 속계에 내려와 

좋은 시 한 편만 남기고 죽으리. 

 

*시작 노트 - 한수영 교수는 이 시를 가리켜 여유 있는 시관관을 보여준다고

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로 되어온 불교의 겁(劫)을 말하면

서, "이 시간의 유장함이야말로 '속도전' 시대에 대한 얼마나 유쾌한 반동인가"

라고 썼다. 온 세상이 '찰라의 미학'에 눈멀어 찧고 까불 때, "나는 시 한 편을

위해 일 겁의 시간을 기다리노라"는 호연한 태도는 부박해져만 가는 이 시대에

흔쾌히 받아들일 만한 시간의식이 아닐 수없다고 평했다. 

 

 

 

다음 이미지 발췌

 

'황송문 시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래깃국  (19) 2023.04.03
사막을 거쳐왔더니  (19) 2023.03.27
봄이 오는 소리  (29) 2023.03.13
청보리  (22) 2023.03.06
봄의 메시지  (22)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