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황송문
청보리의 / 푸른 정신으로 살고 싶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살아도 / 가난한 줄 모르게
수 천 톤의 햇살을 받아들이는 / 양지바른 토양에서
보란 듯이 살고 싶다.
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 가르치는 / 그런 사대의 사내새끼가 아니라
자가용 열쇠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 어깨를 으쓱거린다거나
면사포 쓰고 / 불독 같은 놈에 들리어가면서도
하이힐 코빼기를 까딱거리는 / 정신 티미한 계집의 헤픈 웃음은 말고,
짓밟히면서도 일어서는 / 청보리의 사상,
농부의 뚝심으로 살아나는 / 그 푸른 정신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