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깃국
황송문
고향 생각이 나면 / 시래깃국 집을 찾는다. // 해묵은 뚝배기에
듬성듬성 떠 있는 / 붉은 고추 푸른 고추 /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겁다.
노을같이 얼근한 / 시래깃국 물 훌훌 마시면
뚝배기에 서린 김은 한이 되어 / 향수 젖은 눈에 방울방울 맺힌다.
시래깃국을 잘 끓여주시던 / 할머니는 저승에서도 / 시래깃국을 잘 끓이고 계실까.
새가 되어 날아간 / 내 딸아이는 / 할머니의 시래깃국 맛을 보고 있을까.
고향 생각을 하다가 / 할머니와 딸아이가 보고 싶으면 / 시래깃국 집을 찾는다.
내가 마시는 시래깃국 물은 / 실향의 눈물인가. / 내 얼근한 눈물이 되어
한 서린 가슴 빙벽을 타고 / 뚝배기 언저리에 방울방울 맺힌다.
*시작 노트 - 죽은 딸아이를 앞산에 묻었었다. 그 산이 사라지고 방배동이라는 마을이
들어섰다. 산봉우리에 묻었었는데, 딸아이 시신은 어느 불도저에 찢기고 뭉개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시래깃국 집에서 보게 된 뚝배기가 시의 동기가 되었다. 뚝배기에 서린
김이 물방울로 맺혀 있는 게 마치 울고싶은 나의 눈물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