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보리를 밟으면서

SM사계 2023. 1. 24. 00:01

 

 

 

보리를 밟으면서 

 

                                              황송문

 

보리를 밟으면서 언 뿌리를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비에게 대들 때처럼 

시린 가슴으로 

아픔을 밟는 아픔으로 해동을 생각한다.

 

얼마나 교육을 시켜주었느냐고

얼마나 유산을 남겨주었느냐고

시퍼런 눈들이 대드는  것은

나의 무능임을 나는 안다.

 

뿌리를 위하여 씨알이 썩는 것처럼

사랑할수록 무능해지는 것을. 나는 안다.  

 

내 아이들이 대어 들듯

어릴 적 내가  대어 들면 말을 못 하시고 

눈을 감으시던 아버지처럼

나 또한 눈을 감은 채 보리를 밟는다.  

 

잠든 어린것 곁에 

이불을 덮어주며 눈을 감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온종일 보리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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