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
황송문
노을이 물드는 산사에서
스님과 나는 법담을 한다.
꽃잎을 걸러 마신 승방에서
법주는 나를 꽃피운다.
스님의 모시옷은 구름으로 떠있고
나의 넥타이는 번뇌로 꼬여있다.
"자녀를 몇이나 두셨습니까?"
"사리는 몇이나 두셨습니까?"
"더운데 넥타이를 풀으시지요."
"더워도 풀어서는 안 됩니다."
목을 감아맨 십자가
책임을 풀어 던질 수는 없다.
내 가정과 국가와 세계
앓고 있는 꽃들을 버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