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
황송문
보내 놓고 돌아와
틀어박는 쐐기는 아름답다.
쐐기의 미학(美學)으로
눈물을 감추면서
피어나는 웃음꽃은 아름답다.
기다림에 주름 잡힌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의 만남은 아름답다.
태양의 미소와
바람의 애무
눈짓하는 나무는 아름답고
지저귀는 새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눈짓하는 나무와
지저귀는 새,
떠난 이의 뒤에서 헛웃음 치는 아픔이다.
보내 놓고 돌아와
짜깁는 신경의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천년같이 기다리는 노을이다.
노을 담긴 그리움이
한(恨)으로 괴이어
떠낸 (詩)의 잔에 넘치는 술의 입술이다.
아름다운 것은
산불로 타오르던 나무
뚫린 가슴에
울며 울며 쐐기를 지르는
망각의 술, 기다림의 잔이다.
●여러 색채와 형태의 아름다움이 있겠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자기의 고통은 뒤로 돌리고 상대(대상)를 먼저 배려하는 측은지
심(惻隱之心)을 높이 삽니다. 여기에서 박애(博愛)와 자비(慈悲)와
인의(仁義)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그런 내면의식을 구체
적으로 형상화(形象化)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