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황송문
소복(素服)의 달 아래
다듬이질 소리 한창이다 .
고부(姑婦)의 방망이 딱뚝 똑딱
학울음도 한밤에 천리를 난다.
참기름 불은 죽창(竹窓) 가에 졸고
오동꽃 그늘엔 봉황(鳳凰)이 난다.
다듬잇돌 명주 올에 선을 그리며
설움을 두들기는 오롯한 그림자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 울음
은대야 하늘에 산월(産月)이 떴다.
● 시작노트 - 시는 명료성과 모호성이 섞여있기 때문에 상징과 은유로
은폐되어 있는 詩語를 눈치채야겠습니다. 이 시는 흰옷 입은 고부간에
다듬이질을 하는데 그 소리가 딱뚝딱뚝이 아니라 딱뚝 똑딱으로 다르게
되어있습니다. 소리가 다른 까닭은 고부간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겠습
니다. 자식 잃은 설음과 남편 잃은 설음이겠지요. 産月이라는 말로 봐서
며느리는 산모가 되겠습니다. 6.25 전쟁 때 흔히 겪은 일로서 가장은 죽고
며느리는 유복자를 밴 상태에서 설빔을 위한 다듬이질을 하는 정경이라는
점을 눈치 채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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