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창작

알래스카 1

SM사계 2021. 1. 11. 00:10

 

 

알래스카 1

 

                                           황송문

 

알래스카의 하늘과 산과 바다는

물음표로 가득했다.

물어도 물어도 끝이 없는

물음표와 물음표……

 

알래스카의 구름과 눈과 파도는

느낌표로 가득했다.

느껴도 느껴도 끝이 없는

느낌표와 느낌표……

 

밤이 없는 알래스카의 여름은

불타는 태양으로 가면을 벗는다.

가식의 옷을 벗고

구릿빛 등살을 드러낸다.

 

곰이 앞발로 물고기를 건져 먹듯

시원(始原)을 건져 먹는

내 의식(意識)의 어망(魚網)……

 

알래스카는

내가 잡은 물고기의 싱싱한 회다.

관념의 껍질을 벗기고

고추장을 찍을 때

일제히 몰려온 물음표 느낌표가

만선(滿船)으로 가득했다.

 

*1987년 7월 12일, 미국 알래스카 코디악 섬에서

 

●코디악은 알래스카에서 경비행기로 바꿔 타고 1시간쯤 가는 곳(섬)입니다.

낚시를 위해서 수속을 밟아 증서를 받고 ‘뉴 호프’라는 보트에 올랐습니다. 제

가 탄 보트에는 서울대 구인환 교수(소설가)도 함께했습니다. 낚시 미끼는 문

어 다리와 정어리 한 마리였습니다. 낚시로 정어리 눈을 뀌었습니다. 나는나의

키만큼 크기의 물고기(할리벗)를 낚아 올렸습니다. 팔뚝만한 새끼는 회를 떠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만 해도 원시적 생명감이 넘치는 듯합니다.

 

 

 

'황송문 시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란잎처럼  (5) 2022.10.10
서울 막걸리  (5) 2022.10.09
(詩)눈잎 황송문  (0) 2021.01.08
새해 인사 드립니다  (0) 2020.12.31
산길  (0) 202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