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詩論 Ⅲ
황송문
마음 편한 식물성 바가지 같은 詩
檀紀를 쓰던 달밤 교교한 음력의 詩
사랑방 천장에선 메주가 뜨던
그 퀘퀘한 토속의 詩를 쓰고 싶다.
人情이 많은 이웃들의 모닥불 같은 詩
해질녘 초가지붕의 박꽃 같은 詩
마당의 멍석 가에 모깃불 피던
그 포르스름한 실연기 같은 詩를 쓰고 싶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머리 벗겨지는
빨강 페인트의 슬레이트 지붕은 말고,
나일론 끝에 목을 맨 플라스틱 바가지는 말고,
뚝배기의 숭늉 내음 안개로 피는
정겨운 詩, 푸짐한 詩, 편안한 詩,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 한 소쿠리씩의 詩를 쓰고 싶다.
고추잠자리 노을 속으로 빨려 드는 詩,
저녁연기 얕게 깔리는 꿈속의 詩,
어스름 토담 고샅길 돌아갈 때의
멸치 넣고 끓임직한 은근한 詩,
그 시래깃국 냄새나는 詩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