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전집

<조선소>

SM사계 2010. 7. 7. 03:31

黃松文詩全集

黃松文詩全集

造船所․木花의 季節․내 가슴속에는․메시아의 손․그리움이 살아서․노을같이 바람같이․꽃잎․달무리 해무리․稜線․사랑나무 아래서․씨나락 까먹는 소리․연변 백양나무․까치밥․바위 속에 피는 꽃

차 례

 

1 造船所

序文 辛夕汀

黃松文의 詩世界 鄭貴永

晨市

傑作

귀뚜라미

미나리

避雷針

時計

노을

깡통소리

造船所

神의 눈물

風船

勤勞者給食所

乞人

봄밤

엽전

仙人掌

東九陵 風景

이승의 나비

속의 가슴에

抵當

광야에서

나비의 죽음

畵家像

봄빛

淨水

黑人靈歌

계란

서울역에서

海松

각시풀

내 가슴속에는

돌아가야 하는

카인의 哭

望鄕

밤비

藥水岩 情景

헝클어진 머리

跋文 成耆兆

後記

 

2 木花의 季節

自序

序詩

찢겨진 깃발

부상병 열차

이 山河에는

푸른 行進

衆寡不敵

危機一髮

宣撫工作

玉碎直前

밀물과 썰물

뻬리깡 說話

빨치산 처녀들

祝福의 章

解說 金南石

 

내 가슴속에는

自序

1.

수돗물 받던 날 밤

湖水

禪風

木船

日出情景

江邊路 附近

디자이너

가을 演奏 1

가을 演奏 2

立春

물의 復活

秋風嶺

蘭草

竹筍

風景 1

風景 2

風景 3

風景 4

風景 5

첫눈

선禪

욕녀浴女

동치미

음악의 천국

데생

안개

눈잎

풍경의 잠 1

풍경의 잠 2

약수藥水

세공細工

꽃나무들

새알 속에

입추立秋

홍채모양체염紅彩毛樣體炎

싸리비

DIARY LOVE頌

내 가슴속에는 2

내 가슴속에는 3

내 가슴속에는 4

소녀少女

조용하게 살으리

무제無題

도시都市의 변증辨證

타살他殺

그대는

봄소식

생활生活

북행北行

대리석화병大理石花甁

비석碑石에 걸린 달

천지天池

2.

저 하늘 아래

만년설萬年雪

보리를 밟으면서

망향가望鄕歌

향수鄕愁

스카이라운지

꽃꽂이 여인

오바라무라(小原村)에서

누룩

병풍屛風

꿈길로 가는 파라다이스

쿄토(京都)의 밤길

삼국지三國志

망향望鄕

타락론墮落論

산중호수山中湖水

맹인용점자안내판盲人用點字案內板

석가정夕佳亭 가는 길

법륭사法隆寺의 정오正午

강의실 정경情景

열병熱病

사태沙汰

가을의 노래

아내

조율사調律師에게

아로이쥬스 파와헤 신부神父

해설 김남석金南石

裝幀 朴榮奭

寫眞 金允中

장시집長詩集

 

메시아의 손 (제4시집)

1. 메시아의 손

2. 약탕론藥湯論

3. 회문산回文山

4. 사모곡思母曲

5. 장작난로長斫煖爐

해설解說 김남석金南石

후기後記

 

그리움이 살아서 (제5시집)

서문序文 고진古眞한 그 인품人品에 그 시詩 구상具常

1.

섣달

시래기국

자운영紫雲英

아름다운 것

가을 등산登山

가랑잎 소리

사당동舍堂洞 귀뚜라미

간장

가수歌手 밀바

동전 두닢의 슬픔

그리움 1

그리움 2

그리움 3

비비새

물레

장기를 두면서

Cine poem

건널목에서

2.

수채도랑집 바우

우감偶感

시론詩論 1

시론詩論 2

뚝배기

고백告白

망향가望鄕歌 2

선풍禪風 2

선풍禪風 3

오월서정五月抒情

기원棋院에서

보리누름에 1

보리누름에 2

보리누름에 3

보리누름에 4

사랑의 기쁨

물레소리

싸리비 2

군불을 때면서

봄의 메시지

3.

화론畵論

신필神筆

유출流出

이장移葬

노변路邊에서

서울論

시풍詩風

손금

화장火葬터에서

긴급동의緊急動議 1

긴급동의緊急動議 2

운전사에게

착각錯覺

사중주四重奏

시인詩人 1

시인詩人 2

하루살이

이발소에서

내 가슴속에는 5

보내면서

4.

도시都市의 시詩

송가頌歌

새암물

Maya 1

Maya 2

항아리

도리깨질

시詩의 죽음

안부安否

분수噴水

풍경 6

풍경 7

도심盜心

묵념黙念

상황狀況

몽환夢幻의 시詩

눈의 부활復活

포효咆哮

철도중단점鐵道中斷點

조선낫

후기後記

장정裝幀 김종원金鍾元

편집編輯 이준녕李俊寧

 

노을같이 바람같이 (제6시집)

1.

가시나무 새

길을 가다가

열꽃

진주眞珠의 잠

노을 2

노을같이 바람같이

연가戀歌

그리움 4

아름다운 것 2

개나리

시어詩語의 죽음

돌 2

가야산에서

시詩를 교살絞殺한 방房

기원棋院에서 2

쉼표와 마침표

2.

단풍丹楓

신락神樂 1

신락神樂 2

포장마차에서

청보리

팔싸리

칡차

노목老木

발레 환타지아

너 어디 있느냐

비비새 2

모시는 말씀

항아리

3.

존재存在

세탁옷

종지부終止符

매운탕 집에서

구름이 쉬어가듯

화가상畵家像 2

죽필竹筆

기상도氣象圖

수강표受講票

야외수업野外修業

꽃과 함께

인생연습人生演習

세종실록世宗實錄

파도波濤

4.

환상곡幻想曲

고향의 징소리

곡哭, 신석정辛夕汀 선생님

휴전선休戰線 안개

교정校正을 보면서

파초 잎을 두드리는

새로 나오는 봄 쑥같이

□나의 詩 나의 삶

꽃잎 (제7시집)

1.

알래스카 1

알래스카 2

화음和音

나이아가라

김치에게

불꽃

럭키산맥

로스앤젤레스 해장국 1

로스앤젤레스 해장국 2

그랜드 캐년

조선소造船所 2

사막을 거쳐왔더니

마이애미 소라

덴버리의 빛

내 가슴속에는

2.

꽃잎

간장 2

앙금

돌 3

프리즘 1

프리즘 2

환幻

원추리꽃

열락悅樂의 해

어느 날 밤에

낙서落書

성묘省墓

눈썹

공법工法

꽃이 질 때는

3.

5월 서정

소리의 거울

명암明暗

배설의 시詩

내 가슴속에는 8

무제無題

자서自敍

묵시록黙示錄

약혼녀

화투花鬪

잔해殘骸

향鄕

고향예배故鄕禮拜

초가草家를 곡哭하노라

해바라기

4.

너 어디 있느냐

수(繡)틀 속의 꽃밭을 보듯

도시都市

씨나락 까먹는 소리

우상편羽象片

민들레꽃씨 날리듯

쑥의 나라 선비여

입춘대길立春大吉을 꿈꾸는 도시

하나님 전상서

청평靑平

예술의 샘

대숲에서 솟아나는 죽순같이

사군자四君子

청보리頌

삼동三冬 가시나무꽃

꽃다운 꽃처럼

인생의 빨래

□엮고 나서

 

능선稜線 (제8시집)

머리말

1.

능선稜線

해를 먹은 새

창을 열면

찔레꽃

백록담白鹿潭

번데기

우산 이야기

화음和音

입추立秋

철학哲學하는 시詩

발레 환타지아 2

바둑판 앞에서

봄이 오는 소리

연(鳶)

배고픈 꽃

눈오는 밤

하늘을 보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대지大地는

구름이 쉬어 가듯

송죽분재松竹盆栽

버들강아지에게

물 끓는 소리

2.

계림桂林

고산족高山族 여자

눈그림자

파타야 파타야

타이페이 공동묘지에서

소녀少女와 시인詩人

사성四聲

내 가슴속에는 9

마카오에 갔더니

라마 사원寺院에서

작품 1

작품 2

자연사박물관에서

갈대밭에서

내장산에서

퐁네프의 연인들

나의 방

두 나무

노을

만년필

세월이 흘러서

竹皮

보리밭

환향녀還鄕女

3

동굴의 잠

그 해 여름은

꽃잎 2

꽃잎 3

돌 4

나상裸像

할렐루야

사랑의 궁전

소심素心

명암明暗

상황狀況

죽마고우竹馬故友

6월 메시지

통일동산 까치방

산의 혼야婚夜

한恨의 가락

사랑의 봄동산

하늘나라 별처럼

땅으로 바다로 하늘로

해님과 달님의 사랑

별이 빛나는 밤이면

설중고죽雪中孤竹

송죽松竹이 하늘을 보듯

새해가 오른다

 

씨나락 까먹는 소리 (제9시집)

1.

여인女人

꽃시절

보리밭

추억追憶

깍두리論

월하月下

산행山行 1

산행山行 2

능선稜線 2

능선稜線 3

선풍禪風

동굴의 잠

갈대밭에서

남행南行

2

조선족朝鮮族 여인女人

몽골 엘리베이터

종지부終止符

측상廁上의 詩

호수湖水에서

간접화법

탱자

샤갈 전展에서

사랑의 봄동산

도시都市

천년 꿈

죽헌 이상보 박사

3

모시는 말씀

성명서聲明書

자연사박물관에서

학녀鶴女의 한恨

공법工法

박종구朴鐘九

통일북 타령

어머님 말씀은

징검다리 1

징검다리 2

선악과善惡果

새벽의 기도

기도

송죽松竹같이 선비같이

땅으로 바다로 하늘로

씨나락 까먹는 소리

번역시

까치밥 Food for a Magpie

꽃잎 A Flower Leaf

수채도랑집 바우 The Boy of the House beside a Ditch

내 가슴속에는 In my breast

강의실 정경 The scene of the Lecture-room

모시는 말씀 Words of Invitation

노을 2 Evening Glow 2

선풍 Practice "Zen"

보리를 밟으면서 Treading on the Barley - Field

내가 쓰러지거든 When I fall

몽따즈론 An essay of montage

꽃꽂이 여인 A woman for the flower arrangement

긴급동의 An urgent motion

진정한 축하 True celebration

 

연변 백양나무 (제10시집)

□책을 내면서

1.

초승달

연변 백양나무

조선족 산행山行

동굴의 꿈

참말

풍악송風岳松 외다리로 서다

빨래

연필을 깎으면서

군치도(群雉圖)

문덕수文德守 시인詩人

문덕수 문학관에서

산행山行 3

사연事緣

단군성조전상서檀君聖祖前上書

동화의 나라

세종대왕전상서

원형회전운동

입춘立春 2

진달래 능선

2.

반딧불을 잡아오다가

무심無心

이발소에서

희양산에서

봄이 오는 소리

머리를 감으면

빌딩에 오르면

고향에서

호박꽃

호박벌

훈수訓手

연날리기

동해 풍경 1

동해 풍경 2

막달라 마리아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연鳶

대불적大佛的 침묵沈黙

새 시늉

3.

연죽煙竹

지뢰지대에서

바람論

가야금 산조 2

가야금 산조 3

가야금 산조 4

하와이에서

우정

산행 3

산행 4

겨울 산노을

꽃상여

문門의 개폐開閉

측상(廁上)의 시 2

측상(廁上)의 시 3

측상(廁上)의 시 4

저녁을 기다리며

검은 등나무

건강한 공상

이륙離陸

4.

손을 흔들면서

신부에게

신랑에게

니체씨에게

2001 서울 선량들

추억

일출봉에서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이

도시

지리산 천왕봉

노래의 날개를 타고

아쟁 산조散調

엘리베이터

동굴 고사리

불의 말

내 속에는

우산 속에서

씨가 있는 말

달아 달아

 

까치밥

 

바위 속에 피는 꽃

 

조선소造船所 

 

 

 

造船所

서문(序文)

 

黃松文 君이 處女詩集 『造船所』를 상재(上梓)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기쁨에 앞서 진수식(進水式)에 들어갈 새로 지은 배의 어려운 한 고비가 저윽히 걱정되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心情)이다.

기억(記憶)하거니와 황군(黃君)은 학창시절(學窓時節)에도 퍽 과묵(寡黙)한 편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마 이 과묵이 황군으로 하여금 시도(詩道)에 뛰어들게 한 이유(理由)의 하나가 될는지도 모른다. 그 때 황군은 詩의 조선소(造船所)에서 한눈도 팔 사이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분주히 못을 다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때부터 황군이 건조(建造)하던 배는 얼마만한 배였는지도 나는 모른다. 못질을 하던 그 목선(木船)에 몇 마력(馬力) 짜리 기관을 붙일 예정이었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배가 크고 작은데 있는 것이 아니요, 또한 목선(木船)이나 강선(鋼船)이냐에도 있는 것도 아니요, 무사(無事)히 진수식(進水式)을 끝낸 뒤에 거센 파도(波濤)를 헤치고 먼 항해(航海)에 견딜 수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불행(不幸)히도 진수식(進水式)을 하기에도 오늘의 파도는 거칠 뿐이 아니라, 항해(航海)에도 자못 파도는 높다.

人生이란 파도가 드높은 속을 헤쳐가야 하는 항해(航海)라면 좀 진부(陳腐)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겪은 역사(歷史)와 겪어야 할 역사로 미루어 진부한 이야기라기에는 너무나 절실한 것을 어찌하랴!

이 절실(切實)한 속에서 우리는 生을 영위(營爲)해야 하기에 고되고, 이 불순(不順)한 천후(天候)를 극복(克服)하는데 삶의 의의(意義)와 법열(法悅)은 있을 것이다.

詩 또한 이 고된 작업(作業)에서 찾는 의의(意義)와 법열(法悅)을 떠나서는 존재가치(存在價値)를 인정(認定)할 수 없으리라 믿는다.

내가 존경하는 作家 K선생은 “남들은 보릿고개를 넘기에도 허덕이는 판인데 낙동강 물이 파아라니, 푸르니, 어쩌니 하고 떠들면 글이 되겠느냐”고 말한 것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천사만려(千思萬慮)해도 빈틈없는 말이요, 또한 가슴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역사(歷史)를 창조하는 저력(底力)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기란 그리 용이(容易)한 일이 아닐뿐더러 천분(天分)에 따르는 용기(勇氣)있는 의지(意志)가 요구(要求)되는 길이다.

어찌 조선소(造船所)의 목수(木手)의 노력(努力)에만 비길 것인가!

한번 붓을 들어 이 험난(險難)한 詩의 造船所의 목수가 되고, 또 그 건조(建造)한 배가 진수식(進水式)을 무사히 마치고 항해(航海)할 바에는 山같은 파도를 능히 물리치고 전진(前進)할 용기(勇氣)와 의지(意志)가있어야 하리라 믿는다.

황군은 그의 주소(住所)를 청춘(靑春)의 오전(午前)에 두고 있는 믿음직한 시학도(詩學徒)다.

만리 전정(萬里前程)에 한눈 파는 일 없이 시도(詩道)에 정진(精進)하기를 바라되 바이마르에 침공(侵攻)해 온 나폴레옹에게 달려가 송시(頌詩)를 봉정(奉呈)한 괴테가 되기 전에 나폴레옹이 황제(皇帝)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봉정(奉呈)하려던 악보(樂譜)를 찢어버린 베토벤的 시정신(詩精神)을 끝내 가슴에 지니고 나아가 우리 시단(詩壇)에 새로운 등불이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두서 없는 말로 서(序)에 얹는다.

一九七二年 八月

비사벌초사(比斯伐艸舍)에서 신석정(辛夕汀) 식(識)

 

黃松文詩世界

- 理念藝術永遠性 -

 

黃松文 씨의 제일시집 『造船所』는 우리 시단(詩壇)에 보내는 즐거운 선물이 될 것이다.

높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와 시적(詩的) 이미지의 구성(構成)과 詩的 표현(表現)에 대한 진지한 추구(追求)의 노력(努力)이 이 『造船所』로 형태화(形態化)했다.

黃松文 씨는 결코 포즈를 취하는 詩人이 아니다. 또 유행(流行)의 시인(詩人)도 아니다. 묵묵히 자기의 이념(理念)의 푯대를 바라보는 동안에 어느덧 그 이념이 생활화(生活化)했고, 다시 차원(次元)을 넘어서 시화(詩化)했고 시어(詩語)에 정착(定着)했다.

그 과정이 실로 고통스러웠겠지만 참고 견딤의 계속된 작업이 마침내 아람진 수확을 거두었다.

詩人은 첫째 언어(言語)를 두려워해야 한다. 언어의 성급한 처리는 작품의 실패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대개의 경우, 인내(忍耐)의 부족(不足)과 발표욕의 과잉 때문에, 또 시인(詩人)의 외형적(外形的)인 포즈에만 끌려서 詩의 언어공간(言語空間)을 적당히 메꾸어 버리는 불성실을 범한다.

그 결과(結果)가 작품(作品)의 인플레 현상이다. 언어는 詩의 형태적(形態的) 부담자인 동시에 詩의 실체적 의미의 부담자이다. 언어는 詩의 실체(實體)인 동시에 형식(形式)이다.

“詩에서 언어가 대상인 동시에 기호이다”라고 한 Raissa의 Maritain의 말도 이러한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귀중한 언어를 쉽게 가볍게 다룸은 시인으로서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黃松文 씨는 작품의 언어공간(言語空間)에 한치의 갭도 허용치 않는, 엄격에 가까운 태도로 언어를 다룬다. 높은 이념(理念)의 소유자(所有者)인 동시에 충실(忠實)한 언어의 직공(職工)이다.

 

흰 소금을 몰고 오는

원시의 땀 속으로

목수의 수건이 빨려드는 바다.

수건에 걸린 하늘로

완성의 못질이 떨어지면

맨발로 뛰는 심장이

어둠을 털고 일어나

바다와 관계할 것이다.

무덤은 사라질 것이다.

부서지기만 하는 뼈도

메마른 어둠으로 가득 찬

항구를 뚫고 달리는

오오, 바다

지줄대는 바다.

파도를 불러일으키는

神의 찬란한 허릿짓

알몸끼리 출렁이는

바다여.

- 「造船所」의 全文 -

 

이 詩의 첫 이연(二聯)까지는 필자(筆者)가 어느 지면(紙面)에서 언급한 일이 있는데, 그걸 여기서 그대로 인용하겠다.

“생명(生命)의 의욕(意慾)이 바다로 넘치면서 표현(表現)의 예술성(藝術性)을 찾아냈다. ‘흰 소금을 몰고 오는/ 원시의 땀 속으로/ 목수(木手)의 수건이 빨려드는 바다’, ‘수건에 걸린 하늘로 완성의 못질이 떨어지면’ 등은 生命의 意慾과 함께 언어예술(言語藝術)의 맥박이 중량급(重量級) 의미(意味)를 담은 복합적(複合的) 이미지의 그래프를 그린다. 소금은 生命과 노력(努力)의 결정체(結晶體)이며, 또한 무한한 바다의 입방체(立方體)다. 바다를 지향하는 意慾이 땀에 밴 수건을 하늘에 걸고 완성(完成)의 못질을 하는 위대(偉大)한 공상(空想). 생활건조(生活建造)의 공상(空想)이다. 심장이 바다와 함께 뛰는 건조자(建造者)의 의지(意志)다.……이하략(以下略)……이 建造者의 意志가 항구를 뚫고 달리는 바다가 되어 ‘神의 찬란한 허릿짓’으로 승화하면서 어둠과 무덤을 극복(克服)한다. 그리하여 「신시(晨市)」를 맞이한다.

 

안개는 새우잠에서 눈을 뜬다.

물살이 더듬어 간

유방의 계곡으로

숭얼숭얼 열린 木花

- 「晨市」의 한 대문 -

 

밤의 혼돈(混沌)이 다하고 생육(生育)과 번성(繁盛)의 땅(유방의 계곡)에 결실(結實)이 풍성(豊盛)하고 광명(光明)이 핀다. ‘木花’는 結實과 光明의 二重 이미지를 이루어 理念 表現의 시화(詩化)를 충분(充分)히 거두고 있다. 이 의지적(意志的) 사상(思想)은 「흑인영가(黑人靈歌)」에도 나타나 있다.

 

검은 입술에 열리는

하얀 꽃 속으로

남녘의 유월이 몰려와

청밀로 윙윙대는 벌의 떼.

서른 두 개의 이빨이 빛나는

神의 성량(聲量) 안으로

물오른 가지가 피어오른다.

- 「黑人靈歌」의 一節 -

 

“꽃, 유월, 벌” 등이 광명(光明)과 풍성(豊盛)과 번영(繁榮)을 상징(象徵)하고, “神의 성량(聲量) 안으로/ 물오른 가지가 피어오른다”에서 신비(神秘)의 생명(生命)이 발아(發芽)한다.

특히 “검은 입술에 열리는/ 하얀 꽃 속으로”의 명암(明暗)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청밀로 윙윙대는 벌의 떼’가 충만의 약동감을 주고, ‘청밀’은 生命의 에센스를 象徵한다.

이 詩人의 詩的 世界는 理念의 고민(苦悶)에 피어나는 光明의 꽃이다. 또 그것이 사상적(思想的)인 꽃임에 만족치 않고 예술적(藝術的) 언어(言語)의 꽃으로 핀다.

 

속에는 가슴

청자(靑瓷) 속의 공간(空間)

하늘이 들어와 쉰다.

남녘의 물새 한 자웅(雌雄)

물을 물고 솟아오르고

- 「속의 가슴에」의 일절 -

 

내부(內部)의 理念(속에는 가슴)이 비의(秘義)의 靜謐(靑瓷 속의 空間) 속에서 무한과 접하고(하늘이 들어와 쉰다) 生命의 날개의 고양(高揚)이,

낙원(樂園) 삼층천(三層天)으로

솟구치다가

천국(天國)을 나는 새

- 「속의 가슴에」의 한 대문 -

가 되어 “어느 天宙 밖의 숲에서/ 꿈의 씨알을 터뜨리네”로 生命의 作業을 완수한다. 그러나 이 詩人은 하늘만을 꿈꾸지 않는다. 건강(健康)한 흙의 詩人이다.

 

속에는 가슴.

흙 위에 봄빛이 고여

솟아오르는 生水.

미나리의 동네이다.

한창인 청개구리 소리가―

- 「속의 가슴에」의 일절 -

 

天國을 순례(巡禮)하던 生命의 날개가 씨알을 품고 미나리의 동네로 내려앉는다. 하늘과 땅의 공간적 연결과 風俗의 동화작용이다. 흙의 故鄕에 永遠을 심는다.

思想的 理念과 藝術的 言語가 場所를 같이 하여 詩의 향연을 차리는 자리에 영롱한 知性이 곁들여 詩의 哲學을 제시하고 내일의 大成을 예고하는 이 한 권의 詩集이 韓國詩의 성좌(星座)에 또 하나의 좌표를 그린다.

理念의 永遠과 藝術의 永遠을 함께 약속(約束)하는 듯하다.

1972년 8월 정귀영(鄭貴永) 식(識)

 

第一部

신시(晨市)

 

안개는 새우잠에서 눈을 뜬다.

물살이 더듬어 간

유방의 계곡으로

숭얼 숭얼 열린 목화(木花).

대지(大地)의 배꼽 위에

최초(最初)의 빛이 떨어지는

창세기(創世記)의

소피 소리를 듣는다.

금모래를 더듬어 내리는

풍만한 강물 위로

자갈돌이 떨어진다.

도시(都市)를 퍼 올리는

소리 속으로

어둠의 껍질을 벗겨나간다.

식도(食刀) 끝 가는 곳마다

과즙(果汁)이 흐르는

능금의 나라

양치질을 시작한 하늘에

훈장이 걸릴 예정이다.

 

 

 

숲은 원시(原始)의 도시(都市)

곡선(曲線)의 시야(視野)로 헤엄쳐 가는

호심(湖深) 흔드는 지느러미

태고(太古)의 숨결이

천정(天情)을 갈구(渴求)하는

빛깔 고운 여인(女人)의 머리카락.

세상(世上) 일

어두운 뒷골목을 돌아

태양(太陽)을 흘기는 눈매

창녀(娼女)의 종아리처럼

할 일 없이

비계덩이만 키우거나 말거나…

숲은 原始의 都市

기억(幾億) 연륜(年輪)이

바위의 침묵을 붙드는

고고(孤高)의 자태(姿態)로

곡선(曲線)의 시야(視野)를 헤엄쳐 가는

해심(海深) 흔드는 지느러미.

 

 

걸작(傑作)

 

깊숙한 봄의 계곡(溪谷)에서

옷 벗는 소리를 엿듣는다.

새소리들이.

진달래가 진달래 빛 옷을 벗는다.

화가(畵家) 앞에서.

모래톱 위로

여름을 밀어온 파도가

푸른 옷을 벗어 던진다.

감꽃이 그리워

마지막 잎새를 흔드는 바람.

바람의 햇빛 아래

눈사람은

무아(無我)의 흰옷을 벗는다.

그는 들개처럼

사계(四季)의 풍경을 달리며

누드를 그리고 있었지.

그러나 그의 아틀리에는

메마른 수피(樹皮)가 부서져

진달래 봉오리를 열지 못한다.

그의 푸른 물감은

파도(波濤)보다 출렁이지 못하고

주름진 나뭇잎 줄기 사이

죽음의 빛깔을 헤매다가

문득 돌아와 겨울이다.

겨울은

하얀 눈을 열고

시체 없는 바다를 본다.

 

 

귀뚜라미

 

도시(都市)의

겨드랑에서

계절(季節)이 생겨난다.

시린 공간(空間)을

비벼대는 낙서(落書).

벽에 그신 글씨가

소리로 괴어오르는

당신의 내용이란

바람으로 떠나는 관습이 아니다.

벽으로 돌아누우면

나를 두드리는 그대의

다듬이질 소리.

추억을 빗질하는

내실(內室)이

안개로 흐르듯

그대 유방의 사태(沙汰)가

병술을 흔들어 보인다.

도시(都市)의 뿌리에 물을 붓는다.

풀색의 머리카락으로

두터운 겨울

언 발등을 씻어 내린다.

 

 

미나리

 

싱싱한 가슴에

미나리 뜬다.

파이프에 걸린 강물이

노량진을 지나

아내의 사발에 미나리 뜬다.

싱싱한 가슴에

그림자 뜬다.

 

 

피뢰침(避雷針)

 

철조망(鐵條網)에 걸려있는 십자가(十字架)

머리 위

피뢰침이 꽂혀있었다.

삼각지붕은 녹슬어 있었다.

메마른 시간의

무덤을 밴 채

우산이 펴지지 않는 날은

눈을 감고 있었다.

폭탄을 먹고 있었다.

흙이 생기던 날부터

종소리를 물고늘어지는

심장의 울음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폭탄을 향하여

꽃을 보내는 것은

너의 숙명이다.

낼름대는 죄의 혓바닥이

창자로 흘러내린다.

 

 

시계(時計)

 

전당포를 나오면서

태엽을 감다가

문득, 올려보는 하늘.

모가지가 시린 하늘에는

힘줄 같은 찬별도 많아

가슴 속

괴어오르는 눈물을

당신의 이야기로 헹구어낸다.

부러진 내 톱질과

지폐에 묶인 시간들이

로프에 묶인 채 꺼져 가는

메마른 영혼(靈魂)의 부스러기.

부스러기를 날리며

골 빈 머리를 톱질하는

나의 빈터에

초침 소리가 울린다.

 

 

노을

 

바다로 가는 강변(江邊)에서

노을이 탄다.

청기와 물무늬로

잉어 비늘이 흘러가는

하류(下流)……

미쳐버린 옛날로 부서지는 미립자(微粒子)에 마지막 노을, 해당화(海棠花) 불이 일어, 모가지 없는 그림자에 고령(孤靈)은 울음을 울어가고……

꽃이 필 때

루비가 빛나던

심팔금(十八金) 반지로

내 가슴 둘러 끼운 하늘에

별들이 벼랑 타내려

창(窓)을 붉히던

오오, 그 짧은 여름 밤

山불로 달려오던

그리운 사람아―

초상(初喪) 마당이 떠내려가는, 그런 밤이 아니라 홍루(紅淚) 가슴들말고, 화톳불만큼이나 지글지글 타고 싶던 것이……

철그른 깜부기는

시체(屍體)를 화장(火葬)하듯

저리도

촉루(燭淚)로 타는가

홍주(紅酒)……

……흐르다가 밀려난 피안(彼岸)에서

깡그리 쓸어간

수많은 꿈을

노을은

불지르고

나는 시체(屍體)로

타들어

가고.

 

 

깡통소리

 

나는 아해(兒孩)를 바라본다.

구름다리를 내려가다가

문득,

발에 걸린 兒孩.

Mede in U.S.A. 깡통 옆에

쳐박혀 있는

태백산맥(太白山脈) 같은 兒孩의 등골을.

‘샷터’의 하늘처럼

몇 번인가

열렸다가 감긴 눈으로

또다시 하늘을 올려보아야 하는

약소민족(弱小民族)의 눈물어림을.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목덜미와 종아리 위에

엽전이 뒹구는 깡통 소리를.

나의 호박꽃 속에서

벌이 울 때가 있다.

몸부림을 치면서.

나는

내 뒤통수에 매달려 다니는

깡통 소리를 버리지 못한다.

다섯 개의 손가락에 붙들려죽은

엽전의 인상(印象)을.

 

 

조선소(造船所)

 

흰 소금을 몰고 오는

원시의 땀 속으로

목수(木手)의 수건이 빨려드는 바다.

수건에 걸린 하늘로

완성의 못질이 떨어지면

맨발로 뛰는 심장이

어둠을 털고 일어나

바다와 관계할 것이다.

무덤은 사라질 것이다.

부서지기만 하는 뼈도

메마른 어둠으로 가득 찬

항구를 뚫고 달리는

오, 바다

지줄대는 바다.

파도를 불러일으키는

神의 찬란한 허릿짓

알몸끼리 출렁이는

바다여.

 

 

의 눈물

 

햇살도 발을 구르는 빌딩 밑에서

불타는 도시(都市)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을 보지 않기 위하여

결사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영혼(靈魂)과 육신(肉身)의 갈림길에 선

그대들,

순간의 문턱을 향하여

활을 당기고 있었다.

허공을 향하여

팔을 흔들던

싱싱한 시대의 껍질.

오리엔트 십팔석(十八石)이

손목에 끌려가고 있었다.

멍든 햇살을 타고

내려온 하늘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메시아가 오신 날 밤

맥주병들이 눈을 맞고 있었다.

 

 

풍선(風船)

 

쨍쨍한 햇살 속에서

흉물스런 죽음을 본다.

바퀴 밑에서 터진

간단한 소리를 바라본다.

아스팔트 위에 뭉개진

빨간 풍선(風船)을 바라본다.

가슴 위로

풍선을 날리며

행렬을 비집던 그녀.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듯

콘크리트 바닥 위에

욕망(慾望)을 벗어 던졌다.

운전사의 무너진

심장에 실려가던 그녀의

보드라운 껍질을 뚫고

울지 않는 피가 소리친다.

소리― 흘러간 뒤

소리는 소리를 따라 벗어지고

끓는 대낮

태양(太陽)만한 풍선이 한가로워.

 

 

근로자급식소(勤勞者給食所)

 

사발에

초라한 빛살이

피곤(疲困)한 하루를 거래(去來)하고 있었다.

그들은

뭇 별이 쏟아지던

호젓한 로터리 근처

예배당(禮拜堂) 모퉁이를 돌아

갈림길에 서 있었다.

흑점 잃은

태양(太陽) 앞에

눈을 흘기던

누더기와 휴지(休紙)는

바라볼 수 없는 거리에서

썩어 가고 있었다.

오원(五圓) 짜리

주식(主食)을 궁리하던

어쩌면 기생식물(寄生植物) 같은

그들의 판자촌(板子村)에는

독버섯이 무성하고

뭇 별이 자맥질하는

창자

어느 지점에서

서성거리는데……

실은

비탈길 같은 목 줄기를

방황(彷徨)하는데……

냉수는

목 줄기 너머

갈가마귀 울음으로

저물어 가고 있었다.

 

 

걸인(乞人)

 

엽전이 눈 뜬

손바닥이 경련을 한다.

구름다리로 떨어진 햇살이

손바닥에 괴어 있다.

손금에 누워 있는

엽전 위에.

神은

깡통 속에서

시니컬하게 웃고 있다.

빛나는 통조림 껍질로

목 줄기를 투망질하는

한낮.

엽전을 깨무는 햇살이

발바닥으로부터

흙으로 내려가는

종아리의 행렬을 지켜본다.

 

 

봄밤

 

달빛이 흥건한

해골의 내부에서

살구꽃을 담그며

늪 속으로 잦아드는

혼신의 밤은 깊은데

임자 없는 편지가

목마른 세포를 썰고 있다.

빨간 티끌

떠들다 마는

아리송한 날개 끝에

불티 휘날리는

하늘.

천장에 오른 거미

어둠 타고 내려오면

초롱꽃 눈뜨는

짐승스런 의식……

밤이면

부엉이는

불면에 울고

뒤척이는 가슴에

구렁을 파고 누워

윗목의 냉수를 들이마신다.

열병(熱病) 앓는 꽃 속에

꿀벌 더듬거리는

오롯한 창호지

젖빛 달무리 안에

밤의 껍질을 벗기는

수밀도의 향기.

훈훈히 젖은

나상의 대지에

물이 오를 때

흔들리는 물결 속에

금빛 찬란히도

헤엄치는 액세서리.

벌떼 어지러운 주변에서

남풍(南風)의 손을 잡고

꿈길을 밟고 오는

머언 하늘의 폭포(瀑布)

그것은

山불 지난 공지

나목을 꺾어들고

난무하다 떨어지는

깡생이의 울음소리.

 

 

엽전

 

중국집 식탁에 짜장면이 오른다.

짜장면처럼 질긴 사람들 앞에서

쪽 빠진 허리가 흔들린다.

와리바시처럼 마른 사람들이

미량지(微量紙)를 벗기고

허연 두 다리를 짜갠다.

소모품(消耗品) 밖에 안 되는 와리바시가

끈끈한 가랑이를 벌린 채

율동적인 허리를 감아 올린다.

흔들리는 불빛 속으로

와리바시가 눕는다.

무지개 뜬 엽차를 물고

목을 흔들면

구겨진 미량지(微量紙)에

개풀어진 활자(活字).

<감사합니다.>

 

 

선인장(仙人掌)

 

빨래 줄에 핀 꽃.

피의 욕정(欲情)을 머금고

붉은 팬티가 웃고 있다.

화분(花盆)에

합장(合掌)하는 손 끝

반란의 창(槍) 끝이 번득인다.

손바닥으로 부르짖는 태양(太陽)

퍼런

어머니의 은장도엔 매니큐어가 없다 .

 

 

동구능(東九陵) 풍경

 

山을 내려온 햇살이

낙엽(落葉)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가지마다 열리는 얼레빗 사이로

부서지는 빛살을 받으며

꿈길을 걷고 있었다.

기왓장과 낙엽의 정사장면(情死場面)

위에

새소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해 그림자만 지나도

바스러지는 단풍(丹楓)

神의 유밀과(油蜜果)를 빚고 있었다.

 

 

이승의 나비

 

기창(機窓)으로

바라보는 구름.

하얀 이불을 시침하는

여신(女神)의 손끝에

숭얼숭얼 피어오른 목화(木花).

저승을 떠가는 구름에

이승의 나비는 취한다.

 

 

第二部

 

속의 가슴에

 

속에는 가슴.

청자(靑瓷) 속의 공간(空間)

하늘이 들어와 쉰다.

남녘의 물새 한 자웅(雌雄)

물을 물고 솟아오르고.

낙원(樂園) 삼층천(三層天)으로

솟구치다가

천국을 나는 새

새를 따라

물을 차고

태양(太陽)을 물어 올리는

어느 천주(天宙) 밖의 숲에서

꿈의 씨알을 터뜨리네.

속에는 가슴.

흙 위에 봄빛이 고여

솟아오르는 생수(生水).

미나리의 동네이다.

한창인 청개구리 소리가―

눈 녹은 보리밭에

병아리의 발자국

풀잎 물고 우러르면

쉬던 하늘이

청자(靑瓷)를 떠난다.

 

 

저당(抵當)

 

돌아누운 잔월(殘月)이

흐느끼는

두터운 뱀의 땅속에서

금식으로 도사린 내 시계여.

일역도

연륜(年輪)도 없는 창(窓) 밖에서

하늘을 보채다

낙서로 뭉개진 내 시간이여.

계절(季節)의 갈림길에서

가느다란 손목 줄기에

해삼 한 입 물고 가는

환장할 그 사람이여.

여기는

결론(結論)이 쓸 데 없는

바람맞은 극지(極地)

아린 맨발에

민들레를 불어 날리며

꽃아지랑이 받쳐 이고 돌아와

메마른 초원(草原)에 누워 있는

나의 동지(冬至)를 깨워라.

둔갑을 늘이는 잠실에서

머리 흔들어 집을 짓는

어지러운 혼선의 둘레.

빨래를 좋아하는 하얀 습성 같이

미역 감는 아이들로

질서의 탯줄을 찾아

숨쉬는 가랑잎 줄거리에

손금으로 키워온 나날을

감아주오, 감아주오.

오오! 그러나

미역줄기 머리 풀어 헹구듯

계절을 가르던 철새는

꽁지를 잃어가고 있어라.

눅눅한 겨울비 밤새워 내리듯

붉어지지 않은 각혈을 부수고

이제는 영영 살아올 수 없는

슬픈 새는 초침마다 울고 있어라.

 

 

광야(曠野)에서

 

어두운 광야(曠野)에서

밤새도록 목을 늘이고 있었다.

숱하게 물려 뜯겨온

나의 고향(故鄕)을 이야기하면서.

모두들

피를 뱉고 돌아가던

비정(非情)의 밤길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태초(太初)에

가시내와 머슴아는

정겨운 뻬리깡의 혈관(血管) 속으로

잃어버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보았지

피울음 울어도

달래지 못할

이 타락(墮落)한 오탁(汚濁)의

시궁창을……

그리고 또

나는 보았지.

쭉지 부러진 비둘기와

밤새워 울던 나의 영혼(靈魂)을.

영양분(營養分)이 많은

고아원(孤兒院)의 밀크보다도

나는 어찌하여

눈시울에 여무는

고향(故鄕)의 보모(父母)님을

못내 그리워하는 것일까.

아직도 나의 故鄕

나의 갈매기는

어느 해변(海邊)에서 방황(彷徨)하는지.

 

 

나비의 죽음

 

고막을 흔드는 종소리

종소리가 떨어져 죽어도

도시(都市)는 대답(對答)이 없었다.

나비가 죽던 날 밤 꿈에

나는 나비를 보았다.

그 날,

나비를 본 것은

흔들리는 窓을 통해서였다.

나비는

하늘

하늘

날개를 펴고

고가도로(高架道路) 휘어 도는

청계천 부근.

코피를 흘리며

침몰하고 있었다.

 

 

화가상(畵家像)

 

봄이면

봄 노래에 묻혀

부지런히 초록색을 칠하다가……

여름이면

파도(波濤) 소리에 묻혀

짙은 빛깔로 푸른색을 칠하다가……

녹음(綠陰) 짙은 나뭇잎 사이

바다를 궁리하는 화폭(畵幅) 위에

시나브로 낙엽(落葉)이 지던 날

고목(古木)의 나이만큼

화가(畵家)는

주홍색(朱紅色)을 풀어놓고

저무는 뒤안길에서

흩어지는 낙엽(落葉)을 칠하다가……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 내리는 황야(荒野)가 열리어

화폭(畵幅)에 반사(反射)되는 백발(白髮)을

낡은 간판에 채색(彩色)하듯

풍경(風景)을 온통 흰색으로 칠하다가……

故鄕으로 돌아온 畵家는

텅 빈 팔레트와

허허로운 화판을 바라보다가

원색(原色)의 낙서(落書)를 반복(反復)하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그릴 것이 없어

실제(失題)의 화폭(畵幅) 앞에

붓을 놓는다.

 

 

봄빛

 

나는 그대를 사랑해.

온종일 따라다니며

소곤거리는 그대를.

사춘(思春)의 바람으로

연애(戀愛)하는 그대를.

生水 솟는 수채도랑 집

미나리꽝 속에 고여

겨드랑을 간질이는 그대를.

神의 자궁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만물(萬物)의 머리카락을 빗질하는

그대 세밀한 손가락을.

 

 

정수(淨水)

 

어둠이 칭칭

이불 속에 잠든

오소리의 발톱은 보이지 않았다.

새벽의 문 밖에서

혼신(渾身)으로 물을 물고

우러러 사는 눈물의 둘레.

눈길 하늘 따라

맹물만 마시고 살다가

맹물 그대로 헹구어내는

청천 하늘에

찬별 같은 목숨.

정정(淨淨)한 가슴으로

별무리 들어와

미역 감고 올라가는

쌍첩(雙蝶).

빈 손 모아 하늘 보고

찬물만 마시고 살아가도

태양(太陽)과 마주 지저귀는

풋풋한 하늘의 눈동자.

 

 

흑인영가(黑人靈歌)

 

천연(天然)의 곱슬머리는

폭포로 풀어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이다가

별빛 튀기는 선율(旋律)을 타고

잉어 비늘로 미끄러지는

시냇물 속의 새소리.

검은 입술에 열리는

하얀 꽃 속으로

남녘의 유월이 몰려와

청밀로 윙윙대는 벌의 떼.

서른 두 개의 이빨이 빛나는

神의 성량(聲量) 안으로

물오른 가지가 피어오른다.

맨살로 감아 오르는

산포도 넝쿨 사이 사이

바람에 날리는 비비새.

물개춤 추는 알몸끼리

출렁이는 금빛.

풀숲을 배경 삼은 나뭇가지 끝에

떠나는 계절이 미친다.

 

 

계란

 

어둠이 골목으로 숨는 한낮.

계란을 삶는 女人을 본다.

삶으면서

삶아지는 여인을 보다가

창백한 기침소리에 놀라는 나는

기침을 콜록이고 있었다.

기침을 하는 胚子에서

女人이 익을 때

식욕을 느끼는 사내새끼들.

사내새끼들은

껍질로 껍질을 벗기고

죽어 있는 죽음을 삼킨다.

노른자를 삼키면 삼킬수록

닭똥 냄새만 나는

쓰레기의 자궁.

어느 날 밤

자궁 속 쓰레기장에는

불이 붙고 있었지.

꿈의 비누방울,

빨간 풍선을 날리며

유방 위에 머물던

총천연색 꿈자리를 보았지.

천만갈래의 혈관을 타고

천만 강물이 굽이치던

오오, 저 총천연색(總天然色) 시원(始原)이

열병 앓는 물 속에 질식하누나.

계란의 벌레들이 득실거린다.

오징어 되어 가는 지역(地域)엔

뱀의 눈초리 뿐.

톡톡톡 까먹는 주둥이 속으로

수억만 개의 은하수가 빨려들고

곰 새끼들의 발톱에는

껍질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서울역에서

 

햇빛이 쨍쨍 쏟아지는 한낮.

주름진 손을 내밀던 노인(老人)과

지폐를 꺼내던 재일교포(在日僑胞)의

눈길이 서로 마주쳤다.

풋풋한 풀잎들이 비벼대는

청천 하늘같은 눈길.

마른 나뭇잎을 붙들고

퍼런 하늘 아래

늦가을 햇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개 낀 의식의 갈피에서

돌아서는 노인(老人)의 뒷모습을

꿈에 본 고향(故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송(海松)

 

해맑은 하늘 닮은 빛깔인 채 바다와 온종일 수런거리며 파란 눈으로 태양과 마주 지저귀는 남녘의 유월 같은 나의 사랑과 언제까지나 머리를 풀어도 끝없이 열리는 바람의 나라에서 영원(永遠)을 마시는 가슴 자락으로는 담담한 수액(樹液)이 녹아 흐르고, 햇빛을 따라가는 누리마다 내일(來日)은 분주하게 달려온다.

솔 이파리에 긁힌 하늘 한 자락, 물 속 같은 입시울을 적시면 눅눅한 어둠이 해풍(海風)에 밀리어 긴 밤을 어스러져 내린다.

할머니 흰머리 같은 억새풀이 海風에 시달리는 한 밤 중이면 세월은 썰물에 나간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고향 마을, 느릅나무 속잎처럼 피는 어머니, 찔레꽃 옆에서 우는 목메지, 목메지 울음…… 게으른 어미소 울음소리 아랑곳없이 순이는 시집을 가고, 少年은 고갯길을 몇 번이고 넘어야 했다.

취한 노을이 바닷가에 내려와 등불을 키면 송화(松花)가루 날리다가 깃을 사리고 바람을 재운다.

 

 

각시풀

 

풀밭을 걷다가 문득

내려보는 풀,

풀이 나를 보고 알은 체를 한다.

외면(外面)하던 도시에 시집가던 날

신경의 풀잎마다

아나보라의 약효가 뒹굴 듯

찢어지는 바람과 동거(同居)하는

그녀의 풀밭은 화간(花姦)이다.

삐비 뽑던 언덕.

삐비를 물고 눈을 감으면

낮별 하늘 가 달리던

꿈의 언덕은 불이야.

故鄕은

都市의 끝이 되어

머리를 풀고

굴뚝 위로 사라진다.

풀을 퍼 올리는 공원에도

보이지 않는 각시풀.

종아리의 밀림(密林)이 무성한

해질녘, 거리

눈화장에 열리는 눈으로

돌아오지 않는 강가에

각시머리 따 내리던 손이여

잃어버린 손이여

푸른 창(槍)으로 都市의 전등이 흔들린다.

 

 

내 가슴속에는

 

내 가슴속에는

아버님의 조국을 닮아난

해맑은 하늘이 있고,

그 하늘 한 가운데선

파란 샘이 솟아오릅니다.

내 가슴속에는

아버님의 사랑을 닮아난

<뻬리깡>의 기슴이 있고

그 혈관 한 가운데선

찢어질 듯 깃발이 펄럭입니다.

내 가슴속에는

아버님의 심성을 닮아난

본향의 그리움이 있고

그 벌판 한 가운데선

사슴의 울부짖음이 숨가쁘옵니다.

 

 

돌아가야 하는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포장마차에 들르면

참새가 되어

입을 모아 지저귀고,

할 말이 없어지면

까치방에 날아가

말없이 잔을 기울인다.

잔을 들고 있는 새는

잔 속의 나를 건져내기 위하여

잔 속에 빠진 생각을 끌어올린다.

젓가락 끝 가는 곳마다

감긴 눈 속에 짜깁기하는

찢긴 내 신경만큼.

꿈의 항아리 가득 가득히

시린 가슴속 괴어오르는

익숙한 어둠에

별들도 구멍이 뚫려 있었다.

 

 

카인의 곡(哭)

- 어느 두더지의 고백 -

 

태양광선(太陽光線)은 그 열도(熱度)가 분꽃처럼 진하여서 실눈만 감아도 여섯 바퀴 반, 여섯 바퀴 반을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 속에서 언제나 나의 칠칠한 눈물은 족보(族譜)의 먹물을 지울 것인가, 음력(陰歷)으로 숨는 조상(祖上)의 버릇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나무들로 하여금 하늘을 바라는 씨알을 묻어가면서도 홑세포 식물로 길어난 고사리처럼 해를 보지 못하고 땅굴만 파는 까닭은 벌(罰)이었습니다. 罰을 받으며, 罰을 맞으며, 끝없는 신작로(新作路)를 거역(拒逆)없이 걸으며, 뒹굴며 살아온 질경이 같은 모가지의 생리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세상에 그을린 아궁이 속에서 기나긴 밤을 지루한 달빛을 밟으며, 까마득한 날부터 까마귀처럼 한 옥타브씩 까마득한 층계를 오르다가 저주받아 내려온 카인의 후예(後裔)들이 하늘을 등진 채 잔인(殘忍)한 천벌이 서러워 울던 그 눈물의 궤도(軌道)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밤으로 자라난 부도덕(不道德)에 주인 없는 풀벌레가 처량하게 울어대는 저녁이랑 별 내리는 밤이면 설음에 복받쳐 한 마디 기도(祈禱)조차 두견(杜鵑)의 울음으로 부서지는데, 흘러간 옛날에 엎드려 어두운 땅 속에서 보채는 세월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우렁이 껍질 같이 오래 늙은 조상의 밭 언덕을 뚫으며, 슬픈 이의 노래를 배우던 것이 벌써 땅 속에 그리는 낙서가 눈물에 스며 이루어진 강물의 한을 나는 다 알지 못합니다.

해바라기가 부러운 날마다 두더지의 무게가 음지(陰地)에서 좁아드는 골목으로 잃어버린 노래를 묻으면서 갈증에도 숨는 까닭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山이 山을 넘고 싶어도 山이 山을 넘을 수 없는, 물이 물을 거스르고 싶어도 물이 물을 거스를 수 없는, 故鄕의 하늘은 발돋움 한 번 못한 채 감자밭을 고구마 밭을 후비다가 햇빛이 녹아나는 잎사귀 사이로 푸르게 열린 조각 하늘 한 번 쳐다볼 길 없어 쨍쨍한 햇살에 흙으로 눈을 가리는 까닭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망향(望鄕)

 

동지(冬至) 팥죽을 먹던 날

문득 걸리는 어머니.

새알심이 목에 걸려

넘기지를 못하는 故鄕.

어머니는 팥죽 끓듯

나를 부르시는데,

나는 한 살을 더 먹는가.

 

 

밤비

 

어디서 내리는 은총(恩惠)인가

이 헝클어진 머리 위에

해보다 진한 가슴을 적시면서도

각혈(咯血)이 얼룩지는

천만(千萬) 갈래

억수로 부서지는

우우―

어느 하늘에서 내려오기에

영혼(靈魂)도 목이 말라 피울음을 우는가

하늘을 얼싸안은 창문(窓門)엔

투명(透明)한 공간(空間)의 심연(深淵)이 비치고

의식(意識)의 세포(細胞) 끄트머리마다

새벽은 창세기(創世記)로 틔어오는데……

어디서 내리는 은총(恩寵)인가

이 헝클어진 머리 위에

천만(千萬) 길 타들어 가는

눈물 속에.

 

 

약수암(藥水岩) 정경(情景)

 

山이

밤새도록 샤워를 한 山이

허리에 안개를 두르는

새벽녘

염불(念佛) 소리를 듣는다.

山 女人은

山의 발등에

물을 붓고

산삼(山蔘) 썩어 내리는 물을 붓고

머리털로 씻어 내리는

그윽한 소리를 듣는다.

처사(處士)의 나막신 소리를 듣는다.

사발 물이 갈라진다.

유성(流星)이 지나간다.

 

 

헝클어진 머리

 

헝클어진 머리 속으로

뱀의 혓바닥이 날름거리는

화톳불 앞에서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 속에서 친구들이

죽어 가는 것처럼

장작더미 위에서 불붙는

영혼(靈魂)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가지만 남아 있는 꽃들을

어중간한 표정으로

저승에 엮어 가는

신진 에이스.

헝클어진 머리 그대로

비닐 우산을

짜깁기하는 生活에서

날아간 나비.

 

 

발문(跋文)

 

黃松文 씨가 이번에 첫 시집(詩集)을 출판(出版)한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氏는 이미 『100인문학』지에 여러 편의 詩를 發表했고, 또한 其他 誌, 紙에도 많이 발표해 온 분으로 항상(恒常) 내가 주시(注視)해 오고 격려해 온 시인(詩人)이기에 더욱 詩集이 나오기를 기다려진다.

羊같이 선량(善良)하기만 한 큰 눈을 가지고 언제나 무엇이고 한 번 손을 대면 있는 힘을 다해서 열심(熱心)히 뛰는 정력(精力)은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장점(長點)이기도 하지만 詩에 대한 정력(精力)도 또한 만만치 않아 언제든 한번은 대성(大成)하리라는 믿음이 내게는 있어 왔다.

종교기관(宗敎機關)에서 발행(發行)하는 신문(新聞)의 편집(編輯)을 맡아보면서도 언제든 대하(大河)를 흐르는 물처럼 천천히, 그리고 뚜벅뚜벅 시작(詩作)을 영위(營爲)하는 것을 볼 때는 새삼 경의(敬意)를 표(表)하게 된다.

 

숲은 원시(原始)의 도시(都市)

기억(幾億) 연륜(年輪)이

바위의 침묵(沈黙)을 붙드는

고고(孤高)의 자태(姿態)로

곡선(曲線)의 시야(視野)를 헤엄쳐 가는

해심(海深) 흔드는 지느러미.

- 「숲」의 종연(終聯) -

 

한 말로 말해서 氏 自身이 ‘숲’이요, ‘바위’요, ‘孤高의 姿態’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新人)이면서 新人다운 발랄한 패기보다는 내면세계(內面世界)에서 불타서 용출(溶出)되는 시심(詩心)의 정리(整理)는 氏 自身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요, 詩心이 아닐까.

그뿐이랴. 하루의 일과(日課)가 끝나고 어깨에 힘이 빠지면 모든 것이 허탈(虛脫)한 상태(狀態)가 오기 마련이지만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포장마차에 들르면

참새가 되어

입을 모아 지저귀고

할 말이 없어지면

까치방에 날아가

말없이 잔을 기울인다.

잔을 들고 있는 새는

잔 속의 나를 건져내기 위하여

잔 속에 빠진 생각을 끌어올린다.

- 「돌아가야 하는」의 1절 -

 

현대(現代)라는 거대(巨大)한 굴레 속에 살면서도 자신(自身)을 조금도 낭비(浪費)하지 않고 찾아 헤매는 氏 특유(特有)의 표현술(表現術)은 自身이 파고 찾아낸 아름다운 보석(寶石)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氏는 지금 수많은 한국(韓國)의 詩人들 틈바구니에서 自身이 창조(創造)해 낸 노래를 부르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열심(熱心)히 관조(觀照)하면서 스스로의 위치(位置)를 차근차근히 쌓아 올라갈 것이다.

氏의 詩集에 말미(末尾)를 더럽히는 일이 되지 않았나 염려스럽다.

부디 앞날의 대성(大成)을 위해서 차분한 시작(詩作)이 계속되기를 빌며 발문(跋文)에 대한다.

1972, 8, 15 성기조(成耆兆) 식(識)

 

 후기(後記)

나의 헝클어진 머리 위에 항상(恒常) 자애(慈愛)의 햇볕을 보내주시면서 이번 또 서문(序文)을 써주신 신석정(辛夕汀) 先生님께 감사(感謝)드리오며, 서(序)와 발문(跋文)으로 책(冊)을 빛내주신 정귀영(鄭貴永) 先生님과 성기조(成耆兆) 先生님께 사의(謝意)를 표(表)하여 마지않습니다.

이 詩集의 간행(刊行)을 위하여 희생(犧牲)을 아끼지 않으신 이진태(李鎭泰) 先生님과 이정환(李貞桓) 님에게 거듭 사의(謝意)를 표(表)합니다.

또 다시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

1972년 8월 15일 著者

 

서기 1972년 8월 25일 인쇄

서기 1972년 9월 1일 발행

詩集 造船所

著者 黃松文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동 1가 71의 3

전화 42-6264, 43-5594번

(등록번호 제286호

1961년 2월 11일 등록)

값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