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禪風
황송문
노을이 물드는 산사에서 / 스님과 나는 법담(法談)을 한다.
꽃잎을 걸러마신 승방에서 / 법주(法酒)는 나를 꽃피운다.
스님의 모시옷은 구름으로 떠있고, 나의 넥타이는 번뇌로
꼬여있다.
"자녀는 몇이나 두셨습니까?" "사리(舍利)는 몇이나 두셨습
니까". "더운데 넥타이를 풀으시죠." "더워도 풀어서는 안 됩
니다." 목을 감아 맨 십자가 / 책임을 풀어 던질 수는 없다.
내 가정과 국가와 세계 / 앓고 있는 꽃들을 벌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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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 질 높은 해학의 정조(情調)가 웃음을 머금게 한다.
한 사람은 속중(俗衆)이고 또 한 사람은 도를 닦는 스님인데,
각기 내공으로 선문답을 주고받는다. 스님의 선문(禪問)을
받아내는 속중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한수영 연세대 교수>